[단독] 램지어 논문 발행기관 “조사 진행중…철회 여부 결론 안 났다”

입력 2021-02-23 07:34 수정 2021-02-23 08:20
램지어 논문 발행 ‘엘스비어’의 데이비스 부사장 인터뷰
“학술저널 IRLE 자체 조사 중…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
엘스비어, 3월호 출판물에 램지어 논문 게재 강행할 듯
“우려 계속되면, 외부 전문가로 2차 추가 조사”
예측불허…논문 철회될 수 있고, 아무 조치 없을 수도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램지어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해 엄청난 논란을 야기했다. 하버드대 로스쿨 공개 동영상 캡처

국제 학술전문 출판사인 엘스비어는 22일(현지시간) 램지어 교수의 문제 논문 철회 여부와 관련해 “조사가 계속 진행 중”이라며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엘스비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이 실리는 학술저널 ‘국제 법·경제리뷰(IRLE)’를 발행하는 기관이다.

현재 램지어 교수의 문제 논문을 둘러싼 상황은 한 치 앞을 분간하기 힘든 국면이다.

엘스비어는 램지어 교수의 문제 논문이 IRLE의 3월호 출판물에 게재하는 것을 강행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램지어 논문은 IRLE의 온라인 홈페이지에만 올라와 있는 상태다.

그러나 엘스비어는 IRLE 편집위원회의 1차 자체 조사에 이어 외부 전문가들에 의한 2차 조사가 실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차·2차 조사 결과에 따라 램지어 교수의 문제 논문이 철회될 수 있다는 의미다.

“램지어 논문, 3월 출판물 게재 확정”…온라인에 이어 출판도 강행할 듯

엘스비어의 앤드루 데이비스 부사장은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학술저널 IRLE의 편집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면서 “편집위원회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까지 우리가 밝힐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조사가 언제 끝날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데이비스 부사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학술전문 출판사인 엘스비어의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다.

데이비스 부사장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지난해 12월 1일 IRLE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됐다”며서 “그러나 논문에 있는 역사적 증거에 대해 우려가 제기돼 온라인 홈페이지에 ‘우려 표명’이라는 (경고) 공지문이 논문과 함께 실렸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학술전문 출판사인 엘스비어의 인터넷 홈페이지. 엘스비어는 램지어 교수의 문제 논문이 실리는 학술저널 ‘국제 법·경제리뷰(IRLE)’를 발행하는 기관이다. 엘스비어 홈페이지 캡처

특히 IRLE의 3월호 출판 인쇄물에 램지어 교수 논문이 게재될 수 있어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데이비스 부사장은 “현재 3월호(통권 65호) 출판물의 인쇄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3월호 출판물에 (램지어의) 논문이 실리기로 이미 확정됐으며, 이는 최종 결정 사항으로 여겨진다”고 강조했다.

데이비스 부사장은 “출판물에 램지어 논문을 게재하면서 동시에 ‘우려 표명’이라는 공지문과 논평·답변 등을 함께 포함시켜 독자들이 전체적인 그림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온라인에 게재돼 있는 것과 똑같은 방식을 출판물에도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2차 외부 추가 조사…논문 철회되거나 아무 조치 없을 수도

현재 한국과, 미국의 역사학 교수들을 중심으로 램지어 논문의 철회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데이비스 부사장은 “그 논문이 출판물에 게재된 이후에도 우려가 제기될 경우 우리는 절차에 따를 것”이라고 밝히면서 외부 전문가들에 의한 2차 추가 조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IRLE 편집위원회 차원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3월호 출판 이후에도 파문이 사그라지지 않을 경우 외부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한 2차 조사에서 논문 철회 여부 등을 결정짓겠다는 의도다.

데이비스 부사장은 “출판물에 대해 입증된 우려가 제기될 경우, IRLE 저널은 추가적인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면서 “추가 조사는 출판 이전에 이 논문을 검토하지 않은 새로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제기된 우려들이 정당한지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비스 부사장은 그러면서 “추가 조사의 결과와 저자(램지어 교수)의 대답에 근거해 IRLE 저널은 기록을 수정하거나 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2차 조사 결과에 따라 논문이 철회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아무런 조치가 없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데이비스 부사장의 말을 종합하면, 앞으로 전개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복잡하다. ‘극과 극’의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IRLE의 편집위원회의 1차 자체 조사 결과에서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한 철회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IRLE의 온라인 홈페이지에서도 램지어 논문이 내려가고, 3월호 출판물에는 게재가 안 될 것으로 예상된다. 램지어 논문에 분노한 한국 국민들이 가장 바라는 결과다.

그러나 IRLE의 온라인 홈페이지에 이어 출판물에도 ‘우려 표명’이라는 공지문과 함께 램지어 논문이 실릴 가능성도 있다. 데이비스 부사장은 “3월호 출판물에 (램지어의) 논문이 실리기로 이미 확정됐다”면서 출판 강행 의사를 내비쳤다.

램지어 논문이 출판물에 게재된 이후 실시될 수 있는 2차 외부 조사 결과도 중요한 변수다.

만약 온라인과 출판물에 모두 램지어 논문이 실린 이후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나는 것이 한국 국민들에겐 최악의 상황이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온라인에 이어 출판물에도 실린 뒤에야 철회되는 것도 반갑지만은 않은 결과다. 피해는 크게 확산된 이후에 논문이 철회됐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학 역사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철회되더라도 학술 저널의 온라인 홈페이지에 계속 게재돼 있어 위안부 생존자들과 역사에 큰 피해를 이미 끼쳤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