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스스로 시장직 팽개쳐” vs 오세훈 “황교안처럼 반성해야”

입력 2021-02-23 05:13 수정 2021-02-23 10:22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들이 첫 TV토론에 나섰다. 이날 토론에선 ‘빅2’로 꼽히는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과거 원내대표 시절 책임과 서울시장직 사퇴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22일 오후 방송된 MBC 100분 토론에서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토론회에 오신환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기호순)이 출연했다. 방송 초반엔 그동안의 네거티브 공방이 무색할 정도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주도권 토론에선 ‘빅2’로 꼽히는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이 정면충돌했다. 나 후보는 오 후보에게 ‘강경 보수 규정’을 반박하며 “내가 원내 대표 시절 강경 투쟁을 했다고 하는데 나는 원내대표 시절 원내대표로서 책임을 다했다”며 “그러면 모든 국민이 광화문에 나가서 조국 사퇴를 외칠 때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나”라고 물었다.

그는 또 “오 전 시장은 2011년 무상급식에 시장직을 걸어 사퇴했다. 무책임한 일이었다”며 “그렇게 스스로 내팽개친 시장직을 다시 구한다는 게 과연 명분이 있냐. 이번 선거는 민주당에 대한 심판 선거다. 오 전 시장이 과연 이것을 주장할 수 있느냐에 대해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이에 오 전 시장은 “(나 후보) 본인이 중도가 실체가 없다, 허황되다 말한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며 “강경 투쟁은 잘했다. 무슨 수가 있나. 저도 광화문에 한 번도 안 빠지고 나갔다. 하지 말라는 뜻에서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도 “한 번 정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건,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을 갖고 원내대표 시절에 얻어낸 게 없다는 것”이라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총선(패배)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오 전 시장은 이어 “황교안 전 대표가 스스로 반성문을 쓰고 ‘나는 죄인입니다’ 참회록을 썼다”며 “한 번 정도 원내대표 시절에 얻어낸 것이 없는 것에 대해서 국민께, 보수를 표방한 분들께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고 했다.

“강경 보수는 내가 규정한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노선을 정하지 않았나”라고 한 오 전 시장은 “그런데 며칠 전 페이스북 보니까 너무 그 부분에 대해 예민해 하셔서 의아했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의 이 같은 발언에 나 전 의원도 지지 않고 “내가 묻는 말에 답을 안 했다”며 “무책임한 사퇴에 대해 말했다. 2011년 무책임하게 시장직을 내놨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금 (국민의힘) 시의원이 6명뿐”이라고 한 나 전 의원은 “과연 이렇게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 또다시 이번에 얼마 있다가 내 소신하고 다르니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의 이런 공격에 오 전 시장은 “그 가치를 놓고 싸운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자리를 건 것에 대해서는 사죄의 말씀을 드렸다. 가치 논쟁은 지금도 계속된다고 생각한다”고 맞받아쳤다.

“마구 돈을 푸는 민주당 정부를 보면서 국민께서 그때 그 가치 논쟁에서 이겼다면 하는 아쉬움이 여전히 있을 것”이라고 한 오 전 시장은 “나 전 의원의 공약을 보니까 4명 후보 중 제일 많이 현금을 푸는 공약을 했다”고 지적했다.

“정치인은 누구나 그런 유혹을 느낀다. 그럴 때 가치 원칙을 안 세우면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한 오 전 시장은 “그걸 가지고 적어도 한 번 정도는 원칙을 바로 세우고 싶었고 끝까지 싸운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