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가 영국발, 남아공발 등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2세대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고 가디언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차세대 백신은 두 종류다. 하나는 모든 종류의 변이에 대해 광범위하게 대응할 수 있는 범용 백신이고, 다른 하나는 각각의 변이에 구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개별 백신이다.
개별 백신이 개발에 성공할 경우 현재 접종되는 독감백신처럼 하나의 주사로 일시에 투여될 전망이다.
가디언은 차세대 백신의 개발되는 가장 큰 이유로 변이바이러스의 강한 전염성을 들었다. 현재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코로나19 백신은 높은 예방률보다는 감염됐을 경우 중증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데 중점을 두고 개발됐다.
반면 변이 바이러스는 치명률을 높이기보다는 전염력을 강화하는 데 특화돼있기 때문에 차세대 백신은 1세대 백신의 중증 예방률은 그대로 가져간 채 감염률만 낮추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가디언의 설명이다.
2세대 백신은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방법도 기존 백신과 다르다. 가장 유력한 개발 방식으로는 코로나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 프로틴만 공격하는 대신 ‘N프로틴’이라 불리는 부위를 공격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현재 노팅엄대학 연구진이 이같은 방식의 2세대 백신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에 참여한 조나단 볼 노팅엄대 바이러스학 교수는 “변이바이러스가 기존 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인 효과를 낸다는 근거는 없다”면서도 “코로나19 완치자 등 불완전한 면역 반응을 생성한 집단에 대해 파급력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2세대 백신 개발 이유를 설명했다.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인체의 주요 경로에만 항체를 집중적으로 생성해 감염 확률을 낮추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아담 핀 브리스톨대학 의학교수는 “코로나19는 주로 목과 코를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항체를 집중적으로 생성할 수 있다면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2세대 백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됨에 따라 학계에서는 짧은 시일 안에 임상시험도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더 강력한 성능의 백신이 개발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완치자 등 일부 면역반응을 생성한 집단은 백신을 2회가 아닌 1회만 맞아도 충분하다는 조사도 나왔다.
완치자들이 치료 이후 보인 빠른 면역력 생성 속도가 1회차 백신 접종과 맞물리면 더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 이칸 약학대학과 메릴랜드대학 등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를 인용해 이들이 면역력을 얻는 속도가 기존 감염 이력 없이 백신만 접종받은 이들보다 훨씬 빠르다고 설명했다.
‘완치자 1회 접종’ 방침으로 일부 인원에게 투여되는 백신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백신 접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는 백신 공급 부족으로 예상한 것보다 더디게 백신을 맞히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방식을 채택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 전에 대상자에게 항체 검사를 시행해 충분한 항체를 보유했는지 알아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확히 어느 정도 수준의 항체를 보유해야 2회차 접종이 불필요한지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제약사들은 임상시험 당시 완치자를 대상으로는 시험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