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무등산자락 신양파크호텔 부지 사들여 공공개발

입력 2021-02-22 16:34

광주시가 난개발 논란이 제기된 무등산 자락 옛 신양파크호텔 부지를 사들여 공공 개발하기로 했다. 광주의 상징 무등산의 환경 훼손을 막기 위한 공유화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22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옛 신양파크호텔 부지 공유화 범시민 운동에 적극 앞장서겠다”며 “시가 부지를 매입하고 시민들과 충분히 소통해 활용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시장은 광주의 어머니이자 진산(鎭山)을 난개발로부터 지켜내고 공익적 가치를 높여 후손에게 온전히 물려주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등산 공유화는 “도시철도 2호선과 광주형 일자리, 민간공원 특례사업, 장록습지 국가습지 지정, 코로나19 민관공동대책위원회와 궤를 같이하는 생활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이라고 평가했다.

시는 이에 따라 감정평가를 거쳐 부지 매입비를 산정하고 시의회와 협의해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 1981년 무등산 장원봉 인근 1만6000㎡에 3성급 호텔로 들어선 신양파크호텔은 1990년대 후반까지 광주의 대표적 호텔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시설 노후와 수익 악화로 2년여 전부터 영업이 중단됐다. 이후 업체 측이 호텔부지를 포함해 2만5800㎡에 지하 3층 지상 4층 6개 동 80여 세대의 고급 빌라 신축을 추진해왔다.

시민사회단체 등이 ‘무등산 난개발 방지를 위한 민관정학 협의회’를 구성해 반발하자 시는 심사숙고한 끝에 호텔부지 매입을 통한 공공방식 개발을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부지매입 비용이 150억 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부지 활용방안은 무등산 지질공원 안내소, 생태학습장, 소공원, 역사관, 유스호스텔 등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구체적 재원 조달방안과 공익적 활용방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시가 호텔부지 매입을 공식 발표하자 한동안 주춤하던 무등산 공유화 운동이 탄력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광주에서는 2~3년 전부터 학동과 광주천변 등에 고층 아파트가 줄지어 들어서면서 천혜의 무등산을 조망할 수 없게 된 시민과 시민·환경단체들 사이에 공유화 운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창립 10주년을 맞은 1999년 본격 시작된 무등산 공유화는 무등산권 115.76㎢의 79%를 차지하는 사유지를 사들이는 데 필요한 천문학적 재정 부담으로 장기간 주춤하고 있다.

2000년 6월 50여 개 단체가 참여해 출범한 무등산 공유화재단이 그동안 시민들로 기부받거나 매입한 공유화 토지는 52만9682㎡(16만여 평·공시지가 기준 4억7800여만 원)에 불과하다.

재단은 2008년 12월 전남 화순 이서면 1만8843㎡를 공유화 차원에서 자체기금으로 사들인 뒤 예산 부족 등으로 환경보호 운동에 치중하고 있다.

재단 측은 시민 김종훈 씨가 같은 해 7월 광주 동구 운림동 동적골 2579㎡의 토지를 기부한 것을 마지막으로 기증자도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무등산 생태 가치를 드높이는 계기를 마련한 광주시의 신양파크호텔 공유화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환영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민주·인권의 광주정신이 살아 숨 쉬는 무등산을 지키고 보존하는 일에 힘과 지혜를 모아 달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