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끝났어ㅋㅋ’ 학교잔디 납품비리 2천 챙긴 장학사 실형

입력 2021-02-22 16:24
국민일보 DB

인조 잔디운동장 조성 사업 관련 업체 선정을 대가로 뇌물을 주고받은 브로커와 교육공무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춘천지법 영월지원 형사1단독 김시원 판사는 22일 업체 선정 대가로 뇌물을 받은 강원도교육청 장학사 A씨(47)에 위계공무집행방해와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2년과 벌금 4000만원을 선고하고, 20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공범으로 기소된 브로커 B씨(68)에게는 위계공무집행방해와 뇌물공여,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강원도 평창군 내 초중고 운동장 인조 잔디업체 선정 평가에서 B씨의 C 업체가 뽑히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인조 잔디업체 강원본부장이라는 직함으로 활동하던 B씨는 인맥을 활용해 자재선정위원들에게 선정을 청탁했다. 블라인드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달라”며 자재선정위원회 개최 전 C 업체를 식별할 수 있는 PPT 자료를 미리 보냈다.

장학사 A씨는 선정위원과 브로커 B씨와의 식사 자리를 주선해 접대하며 청탁했다. 또한 다른 위원에게도 수시로 전화해 청탁한 뒤 C 업체를 알아볼 수 있는 PPT 자료를 미리 보냈다.

당시 이들에게 청탁을 받고 C 업체에 최고점을 준 한 위원은 자재선정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동료 교사의 물음에 ‘끝났어 ㅋㅋㅋㅋ 회사 다 가리고 했는데 뭐 원하는 대로?’라고 답하기도 했다.

A씨는 이러한 청탁을 대가로 B씨에게 2000만원을 받았고 B씨는 이후 같은 수법으로 강릉 한 고등학교의 인조 잔디 납품을 따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이들은 수사기관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재판에서 청탁행위와 관계없이 어차피 해당 업체가 선정될 일이었다며 “2000만원은 단순 차용금에 불과할 뿐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사람간 사적인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보고 이들이 어떠한 담보도 없이 갑작스레 2000만원을 빌릴 만한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뇌물을 받은 뒤 100만원 넘게 쇼핑하고 4000만원 상당의 새 차를 할부로 구매했음에도 B씨가 전혀 변제를 독촉하지 않은 점, 지난해 8월 압수수색영장이 집행되자 다음 날 거짓 차용증을 작성한 점 등을 근거로 들어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했다.

이어 이들은 청탁하지 않은 위원들도 C 업체에 최고점을 줬기 때문에 청탁과 관계없이 선정될 일이었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장학사 A씨에 대해 “관행화된 관급공사 비리에 크게 일조했다”며 “공무원의 공정성과 불가매수성, 그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것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브로커 B씨의 범행이 “선의의 경쟁을 하는 관련 업체와 업계의 건전한 영업활동을 위축시키고 업계 관행을 왜곡한다”며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공무원의 직무에 관해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