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이 증강현실(AR) 기기 개발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늘면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활동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온라인과 현실을 접목한 새로운 가상 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Metaverse)’가 주목받으면서 가상현실(VR)과 AR을 구현할 기기에 대한 관심도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미국 IT매체 나인투파이브구글은 트위터리안 ‘워킹캣’을 인용해 삼성전자의 ‘삼성 글래스 라이트’ 개발 영상 2개가 유출됐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워킹캣은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신제품을 사전에 유출한 적이 있어서 영상의 신뢰성에 힘을 더한다.
영상에 따르면 이 안경을 쓰면 눈앞에 대형 디스플레이가 펼쳐진 것 같은 효과를 낸다. 영상을 보거나 문서 작업을 하고 화상 전화를 걸 수도 있다. 외출할 때는 선글라스 모드로 전환해 눈부심을 막을 수 있다.
두번째 영상에서는 가상 키보드를 사용해 업무를 하는 ‘AR 오피스’와 실제 사람 크기의 홀로그램 영상을 띄워 통화하는 ‘홀로 콜’, 실물 크기로 AR을 구현하는 ‘AR 시뮬레이션’ 등도 소개된다.
하지만 영상에는 구체적인 제품 사양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워킹캣은 영상에 ‘연구개발(R&D) 비전 컨셉?’이라는 문구를 달아 제품 출시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VR/AR 관련 기술 개발 연구는 지속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단말이나 서비스 등 출시 계획은 현재로선 미정”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한 때 기어VR을 전면에 내세우며 VR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었다. 하지만 VR 시장이 지지부진하자 현재는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한 상태다.
애플도 AR 기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애플은 하드웨어 총괄이던 댄 리치오 수석부사장을 새로운 프로젝트 책임자로 임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새 프로젝트는 애플카가 아닌 ‘AR/VR 헤드셋’이라고 전했다. 애플은 대만 TSMC와 함께 AR기기용 디스플레이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빠르면 2022년 VR/AR 헤드셋을 내놓을 예정이며 가격은 3000달러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비싸더라도 완성도가 높은 제품을 내놔 관련 시장을 키워나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VR/AR 시장이 활성화하지 못한 중요한 이유가 기기 사용의 편의성이 떨어지는 점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그동안 꾸준히 AR 관련 준비를 해왔다. 2017년 AR 개발도구인 ‘AR키트’를 내놨으며 아이폰과 아이패드에는 라이다 센서를 장착해 다양한 AR 앱을 선보이기도 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점차 침체하는 상황에서 VR/AR 시장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폭발력 있는 콘텐츠와 사용하기 편리한 기기가 뒷받침한다면 VR/AR 시장은 언제든 활성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