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한국 코미디언과 협업한 스탠드업 코미디쇼 제작에 들어갔다. 이수근과 함께하는 ‘이수근의 눈치코치’다. KBS 2TV ‘개그콘서트’와 ‘1박2일’을 비롯해 ‘아는형님’ ‘무엇이든 물어보살’ ‘신서유기’ ‘도시어부2’ 등 인기 예능으로 정상급 예능인에 자리매김한 이수근은 관객들의 고민을 상담하며 시원한 애드리브를 쏟아낸다.
넷플릭스에 힘입어 스탠드업 코미디쇼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코미디언이 별다른 무대 효과 없이 말로만 관객을 웃기는 스탠드업 코미디는 미국에서는 대중적인 장르이지만, 한국에서는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었다. 그런데 글로벌 OTT의 영향으로 점차 저변이 넓어지는 모양새다.
예능 프로그램에 잔뼈가 굵은 이수근에게도 스탠드업 코미디는 데뷔 25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이수근의 눈치코치’는 코미디언이 일방적으로 말을 쏟아내는 게 아니라 관객과 실시간 호흡을 뼈대로 잡은 프로그램이어서 더 큰 내공을 필요로 한다. 평소 예능에서 빛나는 애드리브를 선보여온 이수근인 만큼 좌중을 휘어잡는 코미디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내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는 그동안 변두리 장르로 인식됐다. 길게는 1시간을 훌쩍 넘게 혼자서 이끌어가야 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쇼가 높은 장벽을 가진 장르로 인식되어서다. 이들이 가진 풍자적 성격도 한몫했다. 코미디쇼 중에서도 정치·사회에 대한 위트 섞인 풍자를 가감 없이 풀어 던지는 스탠드업은 국내 분위기에서 도전하기에 부담이 적지 않았다. 국내로 보면 자니 윤 등 원로 코미디언들 이후로 스탠드업 코미디쇼 명맥이 끊어졌고, 그 빈자리는 ‘개그콘서트’ ‘웃찾사’ 등 콩트와 드라마 위주의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채우게 됐다.
변화가 감지된 건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하면서다. 방송 관계자들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드라마·영화 등 전통 강세 콘텐츠 말고도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따로 전담하는 파트가 있을 정도로 이 장르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실제 넷플릭스는 앞서 ‘케빈 하트: 왓 나우?’ ‘엘런 디제너러스: 공감능력자’ ‘에이미 슈머: 가죽 의상 스페셜’ 등 해외 정상급 코미디언들과 협업한 콘텐츠들을 꾸준히 선보였었다. 넷플릭스는 국내에서도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이끌만한 유수의 코미디언들과 협업하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2016년 JTBC ‘말하는대로’에서 국정농단 사태를 풍자해 화제가 됐던 유병재가 스타트를 끊었다. 넷플릭스는 현재 그가 선보인 공연 ‘블랙 코미디’ ‘B의 농담’을 재가공해 서비스하고 있다. 2019년 10월 공개된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예능 ‘나 혼자 산다’ 등으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박나래는 여기서 자신의 연애담 등 방송에선 수위 문제로 풀어놓지 못했던 ‘19금’ 코미디를 선보여 큰 인기를 모았다. 이 공연은 그해 5월 공연을 재가공한 콘텐츠로, 당시 공연은 예매 시작 5분 만에 15000석가량이 매진됐다.
이번 ‘이수근의 눈치코치’ 역시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를 제작·연출했던 제작사 컴퍼니상상이 메가폰을 잡았다. 재기발랄한 연출에 더해 앞서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제작하며 쌓은 노하우로 날카로우면서도 통쾌한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