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놓고 여당과 의료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의원·장관 중 범법자들도 자격을 박탈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21일 페이스북에 “적극 참여해 달라”며 ‘의사뿐 아니라 국회의원·장관들 범법자들은 자격 박탈하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공유했다.
청원에는 “요즘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범법을 저지르는 의사들은 의사면허를 박탈하겠다는 법안 발의를 한다는데 의원들은 왜 온갖 잘못 다 저지르고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밝혀지는 데도 의원을 계속하느냐”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앞서 지난 19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의결됐다. 해당 법안은 2011년 만삭의 아내를 살해해 20년 형을 받은 백모씨가 의사면허는 그대로 유지하는 등 법적 조치가 미비하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0일 성명서를 통해 “(해당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다면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들은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다음 날인 21일 “이 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때 면허가 취소되고 형이 집행 종료돼도 5년 동안 면허를 갖지 못하게 하는 가혹한 법”이라며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다면 코로나19 진료와 백신 접종과 관련된 협력 체계가 모두 무너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남국 의원은 “의사가 백신 접종 가지고 협박하면 깡패지 의사냐”며 “정말 한심하고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백신 접종이 늦어진다면 당장이라도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정부를 비판하던 국민의힘은 백신 접종으로 국민을 협박하는 의협을 왜 비판하지 않는 거냐”라며 “혹시 최 회장이 국민의힘과 한통속이라서 그런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우원식 의원도 “의협이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악법’이라 규정하고 국회 본회의 통과 저지를 위해 백신 접종 보이콧을 고려하겠다고 한다”며 “생명을 볼모로 제 식구 챙기기에 앞장선 최악의 집단이기주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이어 “이번 법 개정은 변호사·공인회계사·법무사 등 다른 전문 직종처럼 의사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 면허를 취소하는 것”이라며 “다만 특성을 고려하여 의료행위 중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범죄로 처벌받은 경우는 제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최 회장은 “민주당이 정말 한심하고 역겹다”며 “아마 국민도 더불어민주당 집행부가 부끄럽고 구역질이 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김 의원에 대해선 “국회의원이 입법권을 가지고 보복성 면허강탈법을 만들면 그게 조폭, 날강도지 국회의원이냐”라며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뛰나 보다”라고 했다.
정부는 의협의 파업 예고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의협이냐”며 “정부는 국민의 헌신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집단행위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또 “만일 의협이 불법 집단행동을 현실화한다면 정부는 망설이지 않고 강력한 행정력을 발동할 것”이라며 “불법을 좌시하지 않고 단호히 대처하고 엄중하게 단죄하겠다”고 경고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