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고교 재학생 A군은 최근 명품 지갑을 샀다가 ‘일진’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이 지갑을 본 일진 무리는 “그렇게 돈이 많으면 용돈을 달라”고 협박하며 A군을 괴롭히며 따돌렸다. 또 “지갑을 팔아서 맛있는 것 먹고 화해하자”며 A군의 스마트폰을 빼앗았고, 명품 지갑을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판매하도록 한 뒤 대금을 빼앗았다.
인천에 사는 여고생 B양은 평소 자신을 괴롭히던 일진 무리로부터 “갖고 있는 고가의 물건을 팔아 판매대금을 가져오라”는 요구를 받았다. 자신의 집에 온라인 수업을 들을 노트북 PC가 없다며 구입비를 뜯어내려는 목적이었다.
최근 10대들 사이에서 명품 구입이 인기를 끌면서 이를 매개로 한 신종 학교폭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 명품 구매가 확산하고,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손쉽게 되팔 수 있어 이를 금품 갈취에 악용하는 행태다.
청소년들은 아직 이 같은 행위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단순 학교폭력을 넘어 형사처벌받을 수 있는 수준의 범죄라는 지적이 나온다.
열린의사회에 따르면 명품 관련 학교폭력 상담은 최근 1주일에 2∼3건씩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의사회 관계자는 “명품이 비싸다 보니 학생들의 금전 피해 규모도 크다”며 “명품을 매개로 한 갈취는 학교폭력이란 인식이 없어 피해자들이 ‘이것도 학교폭력에 해당하느냐’고 묻거나 상담을 받은 뒤에도 부모님에게 말하기를 주저한다”고 했다.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명품을 사려고 자신이 소유한 ‘짝퉁’ 명품을 피해자들에게 비싼 값에 강제로 팔아넘겨 돈을 빼앗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폭행과 협박이 동반된다고 한다.
서울의 한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벌이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일반 형사법이 똑같이 적용된다”며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강제로 재물을 처분하게 한 경우 강요죄가, 이로 인해 발생한 돈을 빼앗으면 공갈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단순히 돈을 빼앗는 것보다 죄질이 더 나쁘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