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한파로 전력난과 식수난을 겪고 있는 미국 텍사스주 주민들이 전기요금 폭탄까지 맞았다.
20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한파에 따른 전기요금 급등으로 텍사스주 일부 주민들이 터무니없이 치솟은 고지서를 받았다.
텍사스주 알링턴에 거주하는 타이 윌리엄스는 다행히 정전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이번 달 1만7000달러(1881만원)을 내라는 전기요금 청구서를 받았다.
윌리엄스는 “겨울폭풍 기간에 전기를 절약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세상에 누가 이런 요금을 낼 수 있느냐. 절대 말이 안 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윌리엄스가 평소 집과 게스트하우스, 사무실을 합쳐 낸 전기요금은 한 달에 660달러(73만원) 수준이었다.
댈러스 인근에서 방 3개짜리 집에 사는 로이스 피어스 부부도 최근 급등한 전기요금에 고통을 받고 있다. 한파 기간 난방에 따른 전기요금이 1만 달러(1100만원)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댈러스 주민 디안드레 업쇼도 7000달러(774만원)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았다. 홀텀시티 주민 호세 델 리오는 팔려고 비워둔 방 2개짜리 집에 수도관 동파를 막기 위해 난방기를 켰다가 3000달러(331만원)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텍사스에 불어닥친 겨울폭풍에 전력 공급이 어려워지자 도매 전력 업체 ‘그리디’의 변동요금제에 가입된 주민들이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것이다. 변동요금제는 전기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텍사스주는 평소에는 에너지 자원이 풍부해 메가와트시(㎿h)당 평균 요금이 50달러(5달러)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록적인 한파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전력 공급이 달리자 도매가는 메가와트시당 9000달러(995만원)까지 치솟았다.
폭탄 요금에 따른 민원이 빗발치자 텍사스주 당국은 조사에 착수했다.
그리디는 전력 도매가가 폭등하자 고객에게 고정요금제가 적용되는 다른 전력 서비스로 갈아탈 것을 안내했다고 해명했지만 한파와 정전대란 속에서 서비스 업체를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 지사는 20일 “한파로 고통 겪은 주민들이 높은 에너지 비용으로 타격을 받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텍사스주에 중대재난 선포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이재민 임시거처 마련, 주택 수리, 보험에 들지 않은 재산 손실을 메우기 위한 저금리 대출 등 피해 복구를 위해 연방정부 예산을 신속히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