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어 파문, ‘한미일’ 3각공조 돌발 암초…단기 악재 가능성”

입력 2021-02-22 07:21 수정 2021-02-22 10:20
국민일보, 미국 한반도 전문가 3명 인터뷰
바이든 행정부, 북핵·중국 대응에 ‘한미일’ 3각 공조
전문가들 “한·일 모두, 과거사 정치적 이용 말아야”
“미국 언론, 관심 없어…미국, ‘한미일’ 공조 강한 의지”

자신의 논문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해 엄청난 논란을 야기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모습. 하버드대 로스쿨 공개 동영상 캡처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한국·미국·일본’의 3각 공조 구상에 예기치 못한 걸림돌이 나타났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과 중국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 논란이 ‘한·미·일’ 공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입장에선 한·미·일 3각 공조를 위해선 한·일 관계 개선이 절실하다. 그러나 램지어 논문 파문으로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국무부는 램지어 파문과 관련한 국민일보의 이메일 질의에 “미국은 여러 차례 밝혔듯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한 성적인 목적의 여성에 대한 인신매매는 지독한 인권 침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미 국무부는 “미국은 한국·일본과의 강력하고 생산적인 3자 관계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두 긴밀한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 발전을 계속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행여 램지어 파문이 한·미·일 3각 공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램지어 파문이 한·미·일 3각 공조에 돌발 악재인 것은 틀림없다“면서도 “그러나 단기적 악재에 그치거나, 한·미·일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한·일 정부가 과거사 문제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램비어 파문이 바이든 행정부의 한·미·일 공조 구상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CNA) 국장,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소(CNI) 한국담당 국장,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등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3명과 전화·이메일 인터뷰를 21일(현지시간) 가졌다.

“한·일 정부 모두 과거사 문제 정치적 이용 말아야”

가우스 CNA 국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램지어 교수 논문을 둘러싼 논란은 단기적으로 한·미·일 3각 공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램비어 논란이 한·일 관계에 악재이긴 하지만, 그 파장이 길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가우스 국장은 “한국 정부는 남북 경제협력에 사활을 걸고 있고, 일본 정부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한·일 정부 모두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에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라 미국의 한·미·일 3각 공조 요구를 뿌리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왼쪽부터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CNA) 국장,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소(CNI) 한국담당 국장,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국민일보 자료 사진

가우스 국장은 또 “위안부 문제는 한·일 사이에 해결되지 않은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라면서도 “북·미 대화가 본격화하거나 한반도에 새로운 상황이 연출될 경우 램지어 파문은 부차적인 문제로 내려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가우스 국장은 “한·일 정부 모두 자국의 국민 정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한·일 정부 모두 램지어 교수 논란 등을 비롯한 민감한 과거사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들, 램지어 논란 거의 보도 안해”

카지아니스 CNI 한국담당 국장은 미국에서는 램지어 논란이 큰 이슈가 아니라는 점을 거론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램지어 교수 논문 논란이 한국 국민들에게는 엄청나게 중요한 이슈라는 점을 잘 안다”면서도 “그러나 워싱턴에서는 이 논란에 대해 언론들이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미국 경제회복, 그리고 지난 1월 6일 미국 의회의사당 난입 사태 등의 대처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나는 램지어 논란이 한·미·일 3각 공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에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민주주의 국가들은 동맹에 대한 헌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면서 “중요한 점은 역사의 망령이 미래를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한·미·일은 북한의 핵무기 위협과 중국의 강압적인 행위라는 공동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걱정은 과거의 역사적 수렁이 한·미·일 3각 공조를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미국 정부는 한·미·일 3각 공조를 강화시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있다”면서 “이번 램지어 논란이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의지를 방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램지어 논란이 한·일 사이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력할 것이라는 설명인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