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원수가 실험 대상이냐” 백신 1호, 정청래 발언 논란

입력 2021-02-22 06:27 수정 2021-02-22 10:01

코로나19 백신 1호 접종자가 문재인 대통령이어야 한다는 유승민 전 의원의 주장에 여야 일각에서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국가 원수가 실험 대상인가”라며 반발했다. 이에 국민의힘 전략실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대통령이 실험 대상이 아니라면 그럼 국민은 실험 대상이란 말인가”라고 맞받아쳤다.

백신 1호 접종자 논란은 지난 19일 유 전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에 대해 문 대통령이 1호 대상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대통령의 1번 접종으로 그동안 청와대발, 민주당발 가짜뉴스로 누적된 국민의 불신을 덜어 달라”며 “2번 접종은 보건복지부 장관, 식약처장, 질병청장이 솔선수범하라”고 한 유 전 의원은 “그래야만 국민이 믿고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둘러싼 국민의 불안감을 대통령이 먼저 맞아야 해소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만 68세로 백신 접종 계획상 2분기에 접종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불안감 해소를 위해 백신 접종을 먼저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불안감이 아주 높아져 백신을 기피하는 상황이 되고 뭔가 솔선수범이 필요한 상황이 된다면 그것도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유 전 의원의 이같은 주장에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가 원수가 실험 대상인가. 이는 국가 원수에 대한 조롱이자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국가 원수는 건강과 일정이 국가 기밀이고 보안사항”이라고 한 정 의원은 “초딩 얼라(초등학교 아이들)보다 못한 헛소리로 칭얼대지 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의원은 “먼저 맞으면 국민들 제쳐두고 특혜라고 주장하고 사고라도 나면 고소할 것인가”라며 “문 대통령을 모욕하는 것은 대통령을 뽑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이같은 비판에 김 교수도 “정청래 의원은 아첨의 끝을 어디까지 보이려는 거냐”며 “대통령이 실험 대상이 아니라면 그럼 국민은 실험 대상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들이 백신의 안전성과 집단방역의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주고 안심시키기 위해 백신 접종을 앞다퉈 선도하고 있다”고 한 김 교수는 “문 대통령의 AZ 백신 1호 접종은 오히려 국민에게 믿음과 신뢰를 보여주는 정치적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유승민 전 의원의 요구대로 문 대통령이 직접 1호 접종하게 되면 국민의 지지가 더 올라갈 것”이라며 “유 전 의원은 결코 대통령을 실험 대상으로 조롱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불안해하는 AZ 백신을 대통령이 직접 맞음으로써 접종을 앞둔 국민을 안심시켜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정경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지난 17일 온라인 백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1호 접종자는 백신 배송과 접종 일정이 구체화하는 25일이나 26일에 말씀드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확정되면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반장은 “대상자 명단을 확정하고 접종기관별로 물량을 배송해 접종이 이뤄지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며 “그래서 1호 접종을 하는 기관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접종 대상자 1호는 요양병원 종사자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6일부터 전국 요양병원·요양시설 등의 만 65세 미만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우선 접종되는 만큼 1호 대상자도 이들 중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앞서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26일부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시작돼 순차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요양병원 종사자가 1호 접종 대상자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