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병아리 아니었던 닭은 없다”면서 “액수가 크면 좋겠지만 큰 액수로 시행 못하면 포기할 게 아니라 적게라도 시작해서 키워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재차 기본소득의 단계적 시행을 주장했다.
이 지사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 ‘김세연 의원님, 병아리도 닭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노동종말과 기술융합의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완전고용을 전제한 전통적 복지정책만으로는 총수요 부족에 따른 구조적 저성장과 비인간적 노동강요를 피하기 어렵다”면서 “생산에서 차지하는 노동비중 축소, 인공지능로봇의 노동대체, 노동소득 감소에 따른 총수요 부족과 저성장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응하는 ‘복지적 경제정책’으로 기본소득을 고민해야 한다”고 기본소득 도입의 이론적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는 복지정책을 폐지해 기본소득으로 대체하자는 것이 아니라 복지확대에 더하여 기본소득을 새 정책으로 추가하여 정책 간 경쟁을 시키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기본소득 시행착오 최소화를 위해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지레 겁먹고 포기할 이유도 없지만 안전하고 확실한 새 길을 열려면 순차적 단계 시행으로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단계적 시행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그동안 자신이 주장하던 단계적 시행의 방법론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그는 “1단계 1인당 연 50만원(25만원씩 연 2회)의 기본소득은 증세 없이 일반예산(580조원) 절감분 5%면 가능하고, 2단계 1인당 연 100만원(25만원씩 연 4회)은 연 50~60조원인 조세감면 축소로 마련 가능하다. 장기적으로 지역화폐형 기본소득의 복지 및 경제효과가 공감되고 기본소득목적세 도입시 80~90%의 국민이 내는 기본소득세보다 받는 기본소득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될 때 기본소득용 증세에 나서면 된다”고 했다.
이처럼 이 지사가 자신의 대표 아젠다(agenda)인 기본소득을 또 다시 이야기한 데는 김세연 국민의힘 전 의원의 주장에 대한 정면 반박에서 나온 것이다.
이 지사는 “김 의원께서는 1단계 연 50만원은 월 4만원에 불과하여 용돈소득이라 폄훼하시면서 1단계에서 최소한 월 30만원은 되어야 기본소득이라 할 수 있다고 주장하신다”면서 “월 30만원으로 시작할 때 당장 필요한 190조원은 어떻게 마련하자는지 모르겠다. 말로는 기본소득 하자면서 내용은 선별지급 추진하는 국민의힘처럼, 김의원께서도 ‘기본소득 재원 190조원 확보할 시까지 무기한 기다리자’거나 ‘기존 사회복지지출 다 폐지하고 월 30만원 기본소득으로 대체하자’는 실현불가능하고 해서도 안될 주장을 하시려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완곡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겪어보지 않아 모르시겠지만 단돈 수십만원 아니 몇 만원이 없어 가족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배고픔 때문에 계란을 훔치다 경찰유치장으로 끌려가는 것이 서민의 현실적 삶”이라며 “전에는 4인 가구 월 17만원 연 200만원을 ‘화장품샘플’ 수준으로 평가절하 하시더니 이번에는 ‘용돈소득’이라 폄훼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현실세계로 내려 오셔서 서민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에 맞는 말씀을 부탁드린다”고 훈수했다.
이 지사는 글 말미에 “기본소득은 저 멀리 있는 신기루나 실현불가능한 공수표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소액이나마 얼마든지 시행해 늘려갈 수 있고, 소득지원과 양극화 완화라는 복지효과에 더하여 소비진작에 따른 경제활성화로 총수요부족시대에 지속성장을 담보하는 경제정책”이라며 기본소득은 꼭 필요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