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돕다 뒤집힌 배 탈출못한 선원…에어포켓이 살렸다

입력 2021-02-21 19:41
뒤집힌 배에서 실종자를 찾고 있는 해경. 연합뉴스

전복 된 배에 40여시간 동안 갇혀 있던 남성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 남성은 배가 뒤집히는 위기 상황에서 동료들을 돕다가 탈출이 늦어져 배에 갇히게 됐는데 오히려 이 때문에 살 수 있게 됐다.

21일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23분쯤 경북 경주시 감포항 앞바다에서 지난 19일 전복된 홍게잡이 어선 거룡호(9.77t)의 50대 한국인 선원 A씨가 배 안을 수색하던 해경 잠수사들에 의해 구조됐다.

A씨는 오랜 시간 배 안에 갇혀 있었던 탓에 저체온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 의식은 있었지만 의사소통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앞서 베트남 국적 선원 1명이 안타깝게 숨진 채 발견됐고 다른 선원 4명은 실종 상태다. 사고 당시 배에는 선장과 A씨 등 한국인 선원 2명, 베트남 국적 선원 3명, 중국동포 선원 1명 등 6명이 타고 있었다.

A씨는 구조 후 헬기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 됐고 이날 오후 의식을 되찾았다. 이송 되기 전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도 A씨는 동료 선원들의 구조 여부를 먼저 물었다고 한다. A씨는 사고 후 배가 뒤집히고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 외국인 선원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선실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했다. A씨는 다른 선원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마지막에 탈출을 시도했지만 거센 파도에 그물 등 물건들이 쏟아져 탈출에 실패했다고 한다.

이에 A씨는 배 뒤쪽에 있는 어구창고(어창)로 피신했다. 해경은 거센 파도에 배가 빠르게 뒤집히면서 어창에 에어포켓(공기층)이 형성돼 A씨가 버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A씨가 있던 어창은 가로 2.5m, 세로 2m, 깊이 1.5m 규모로 어른 3명 정도 누울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포항해경 관계자는 “당시 사고 해역의 수온은 12~13도로 물에 잠긴 채로 오랜 시간 버티기가 어렵다”며 “공기층 때문에 어창에 물이 차지 않아 A씨가 숨을 쉴 수 있었고 물에 잠기는 최악의 상황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경은 물에 잠긴 상태로 수온이 10도일 때 2시간, 15도일 때 6시간이 지나면 생존율이 50% 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사고는 지난 19일 오후 6시49분쯤 감포항 동쪽 약 42㎞ 바다에서 발생했다. 침수 신고 접수 후 수색에 나선 해경과 해군 등이 신고 3시간 만에 신고 지점에서 4㎞ 정도 떨어진 해상에서 뒤집힌 어선을 발견했다. 해경과 해군은 함정과 항공기, 잠수사 등을 투입해 어선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경주=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