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8개월 ‘유명무실’ 경찰 직장협의회… 개선 논의 착수

입력 2021-02-22 07:00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비대해진 경찰조직의 내부 견제기구가 될 것으로 주목을 받았던 경찰공무원 직장협의회(이하 직협)가 출범한 지 8개월이 됐지만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평균 가입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고, 전국단위 연합협의회 설립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법률 때문에 직협이 일선 경찰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일부 의원들이 개정안을 마련하고 나서면서 국회를 중심으로 직협 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말 기준 전국 경찰관서 및 부속기관의 직협 평균가입률은 46.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대상인 경감 이하 일선 경찰관 11만6620명 중 실제 직협에 가입한 인원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특히 서울경찰청과 경기남부·북부경찰청 등 수도권 지역의 가입률은 20~30%대에 불과하다. 일선 경찰의 근로환경 개선과 고충 처리, 경찰조직 내부감시 등을 목표로 지난해 6월부터 경찰 직협 설립을 가능토록 했지만, 저조한 가입률 탓에 직협이 일선 경찰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격한 가입범위 제한규정이 낮은 가입률의 원인으로 꼽힌다. 1998년 제정된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직협법)은 6급 이하 공무원(경감급)만 직협에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지휘·감독 직책을 맡고 있거나, 인사·예산·경리·물품출납·비서·기밀·보안·경비 업무를 맡은 공무원은 가입이 불가하다. 수사 및 보안·경비가 주 업무인 경찰 조직의 특성상 가입제한 범위가 넓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활동 자체에도 제약이 많은 편이다. 전국 296개 경찰관서 및 부속기관 중 267개 관서에 직협이 설립돼 있지만 직협법은 전국단위 연합협의회를 설립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각 직협이 따로 활동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직협 전국대표 민관기 청주 흥덕경찰서 경위는 “연합협의체가 금지되다 보니 전국단위로 논의해야 할 큼직한 사안에 대해 경찰 지휘부와 소통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일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이번 주 내에 직협법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6급 이하 가입직급 기준을 삭제하고, 가입제한 범위도 ‘지휘·감독 업무, 인사·예산 업무 종사 공무원’으로 대폭 완화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각 기관이 연합협의체 구성을 허용해 직협이 단위 기관별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직협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역시 이런 기본적인 문제의식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행 직협법이 제정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개정의 방향과 수위 등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고, 향후 법 개정 과정에서 논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