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급등’ 공포에 개미 매수세도 급감… 고평가 부담 이길 모멘텀은

입력 2021-02-22 06:30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를 중심으로 한 시중금리 상승이 증시에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 금리가 급등할 때마다 주가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기관의 대규모 순매도가 계속되는 코스피 시장에서 증시를 지탱해온 개인 매수세는 이달 들어 한결 약해졌다. 전문가들은 기업 실적의 동반 개선이 고평가 부담을 덜어내고 금리 상승세도 차츰 안정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21일 한국거래소 집계를 보면 이달 1일부터 19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5조2070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같은 기간 12조4719억원을 순매수한 것과 비교하면 58%가량 줄었다. 이들은 1월 한 달간 22조3380조원을 사들이며 강세장 지속에 대한 신뢰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달 들어 상대적으로 약해진 개인 매수세는 그동안 대규모 순매수로 누적된 피로감을 해소하는 과정인 동시에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강세장에 대한 자신감 약화를 보여주는 동향으로 해석된다. 코스피는 장중 사상 최고치인 3266.23을 기록한 지난달 11일 이후 한 달 넘게 3210~2950 사이를 오르내리며 횡보하는 중이다. 이런 구간에서 신규 진입자는 아무래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

증권가는 코스피가 일정 구간을 횡보하는 ‘기간 조정’을 거친 뒤 다시 한번 신고가 경신을 이어갈 체력이 남았다고 본다. 코스피는 지난해 8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3개월간, 12월 초부터 크리스마스 연휴 직전까지 약 2주간 기간 조정을 거치며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을 비워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주식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현재는 주식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어 비용 변수의 속도에 민감할 수 있지만 상반기는 미국 경기 및 기업이익에 대한 믿음이 강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별다른 충격 요인이 없는 한 금리 상승 과정에서 가치주와 성장주가 순환하며 수익을 내리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김 연구원은 “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의 할인율 부담을 증가시키지만 어닝(기업이익) 모멘텀이 빠르게 상승하는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물과 주가의 괴리를 축소하는 정도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금리 등 비용 변수에 의한 조정 시 분할 매수 대응이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박석중 신한금투 연구위원은 “현재 예상보다 빠른 미국 경기회복을 확인하며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우려가 동반 부상 중”이라며 “금리 상승은 경기회복 과정(실적장세) 진입을 의미하므로 주식시장에 불편한 변수로만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은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떨어뜨리고 투자·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박 연구위원은 “그간 금리 상승이 완만한 데 비해 이익 개선 기울기가 가팔라 위험자산 선호도가 유지되고 강세장도 이어질 수 있었다”며 “결국 금리와 이익의 시소게임이 시작됐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진정세와 유가가 향후 금리 상승 속도를 결정할 것으로 봤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한파가 풀리고 연준(연방준비제도)의 의지가 재확인되면 단기적으로 금리 급등은 소강상태로 접어들 것”이라며 금리가 횡보 기간을 줄이며 2분기 중반까지 상승하리라고 전망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시중금리가 하향 안정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에 따른 증시 할인 부담을 이겨낼 모멘텀으로 실적, 정책, 백신, 신사업을 제시했다. 그는 “주식시장 할인율이 높아지는 만큼 성장률도 함께 높아지는 기업은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이 덜할 것”이라며 “수출 호조에 따라 기업 실적 전망이 양호한 기업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모멘텀으로는 다음 달 초 열리는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주목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해 9월 ‘탄소중립’ 실현을 선언한 만큼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대한 정책 수혜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

오는 26일 시작하는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내수 서비스 분야가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 대신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수혜를 본 ‘언택트’(비대면) 분야는 반사이익을 반납할 가능성이 있다.

김 연구원은 “고객이 서비스에 만족하면 지속적 관계를 맺기 용이한 구독경제는 이를 피해갈 수 있는 분야”라며 구독경제 분야 진출을 본격화하는 플랫폼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조민아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