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소속 선수 A씨의 학교폭력 가담 의혹과 관련한 판단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폭로 글을 남겼던 피해자 B씨는 구단 측 입장을 존중하면서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세한 조사를 계속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화는 21일 공식 입장을 내고 “A선수의 학폭 사실관계를 파악한 결과 사실 입증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며 “당사자 간 기억이 명확하게 다르고 근거가 될 수 있는 학폭위 개최 기록이 해당 학교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단은 피해를 주장하는 분의 일관적인 입장도 존중한다”며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의혹을 적극적으로 부인한 A선수의 해명을 대신 전했다. A선수는 “법적 대응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사실이 다른 내용으로 명예를 훼손할 경우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B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오해를 바로잡고 앞서 자신이 올린 극단적 선택 암시 글에 대한 진심을 밝혔다. B씨는 “한화 구단이 저를 압박했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졌다고 들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제게 먼저 연락해주셨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려고 노력하고 계신다”고 썼다.
이어 “A선수를 비롯해 제가 기억하는 주도자는 여럿이다. 제 폭로가 단순히 스포츠 선수에 의한 폭행을 알리는 것으로만 여겨지는 것 같아 아쉽다”며 “집단 따돌림과 학폭을 근절시킬 수 있는 제도와 법이 세워질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저는 현재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죽을 계획이 전혀 없다. 걱정해주시고 응원의 말을 남겨주신 많은 분께 정말 감사하다”며 “여전히 가해자들과 당시 함께 왕따당한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한다. 이는 숨길 수 없는 사실”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B씨는 지난 19일 A선수의 실명과 졸업사진 등을 모두 공개한 뒤 그가 초등학생 시절 폭행과 왕따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A선수는 저를 괴롭혔던 수많은 이름 중에서도 지울 수 없는 이름”이라며 “쓰레기 청소함 안에 갇혀서 나오지 못했던 기억, 패거리들이 모여 단체로 집단폭행 했던 기억, 가는 교실 곳곳마다 나를 포함한 다른 왕따들의 이름이 욕과 함께 적혀있던 기억이 남아 있다”고 호소했다.
한화는 곧바로 A선수와 면담하고 그의 지인, 선후배 등을 통한 팩트 체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접촉한 주변인 대부분이 ‘직접 목격한 바나 해당 사안을 들은 바 없다’는 취지의 증언을 해 사실 여부 판단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후 B씨가 “혹시 갑작스러운 충동으로 죽게 될 때를 대비한 유서를 적어 믿을 수 있는 친구 몇 명에게 나눠줬다”는 글을 쓴 사실이 전해지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