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유예’ 50인 미만 中企, 산재 사망 78% 차지

입력 2021-02-21 15:44

건설업·제조업 등에서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약 78.0%는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1월 50인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산재 사고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3년간 국내 산재 사고 사망자 중 77.6%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같은 기간 50~299인 사업장에서 산재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416명이었다. 또 300~999인 사업장과 1000인 이상 사업장의 사망자 수는 각각 98명, 45명이었다. 사업장 규모가 커질수록 산재 사망 사고 건수 줄어든 것이다. 안전사고에 대한 투자·교육 등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취약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의 실효성이 의문이다. 노동자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 책임자에게 처벌을 물을 수 있도록 한 이 법은 공포 후 3년간 50인 미만 사업장에 유예기간을 뒀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속출해도 중대재해법으로 처벌은 불가능하다. 산재 사고 사망 건수가 집중적으로 몰리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상당 기간 법 사각지대에 놓일 거란 우려다.

201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건설업에서 사망한 노동자가 1262명으로 전체의 50.8%에 달했다. 이어 제조업 567명(22.8%), 운수·창고 및 통신업 189명(7.6%) 순이었다. 산재 사고 사망자 4명 중 3명은 건설업과 제조업 노동자인 것이다. 사망자 62.2%에 달하는 1547명은 근속기간이 6개월 미만인 노동자였다. 6개월에서 1년 미만 244명(9.8%), 1년~2년 미만 206명(8.3%) 순으로 사망자가 많았다. 단기근속 노동자에 대한 산재 사고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2016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매년 산재 사고로 사망자를 낸 사업장은 38곳이었다. 해당 기간 이들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1267명에 달했다. 22일 열리는 환노위 산재 관련 청문회 9개 증인 기업 중 현대중공업이 유일하게 포함됐다. 윤 의원은 “소규모 사업장에서의 안전대책 마련과 함께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 생명을 보장할 수 있는 생명줄·안전발판·안전망 등 기본적인 안전장치와 안전수칙 및 사고 방지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