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KBS…“국민 소득 올랐으니 수신료도 인상해야”

입력 2021-02-21 14:02 수정 2021-02-21 14:06
KBS 사보 캡처.

KBS가 이번달 사보에 국민 소득이 올랐으니 KBS 수신료도 인상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실어 논란이 되고 있다. KBS 측이 소득과 수신료를 연결시키며 황당한 논리를 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KBS는 2월 사보에서 1981년 정해진 수신료(당시 시청료) ‘월 2500원’과 국민총소득(GNI)을 비교하며 수신료 인상 필요성을 제기했다. 당시에 비해 1인당 GNI는 17배 늘었는데 수신료는 41년째 2500원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승동 KBS 사장. 연합뉴스

KBS 측은 사보에서 당시 수신료와 같은 금액이던 신문 구독료는 월 2만원으로 8배가 됐고, 가구당 통신비 지출은 28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물가가 오른 만큼 KBS 수신료도 현행 2500원에서 이사회에 상정된 월 384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게 KBS의 주장이다. KBS는 사보를 통해 ‘수수료 현실화’ 시리즈를 연재해오고 있다.

KBS는 1989년 11월 방송법이 시행되면서 ‘시청료’라는 명칭이 지금의 ‘텔레비전방송수신료’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신료는 시청의 대가가 아니라 공공부담금이라는 의미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KBS를 시청하지 않더라도 국민들이 방송의 질 향상을 위해 수신료를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KBS 안 보는데 왜 수신료를 내야 하느냐’는 여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수신료 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KBS는 마지막으로 “2023년 ‘공영방송 50년’, 2027년 ‘대한민국 방송 100년’을 향해 가는 역사 속에서 수신료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KBS는 지난달 정기 이사회에서 TV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상정했다. 이사회와 방송통신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회를 통과하면 수신료는 최종 확정된다. 현재 KBS는 수신료에 대한 여론조사와 공청회 등 국민과 사회 각계 의견을 청취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전망은 밝지 않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최근 국회에 출석해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투명성 제고 노력 등 전제조건이 있어야 하고, 그런 노력을 통해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때 가능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 처리는 어렵겠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