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빈소를 조문한 것을 두고 야권과 보수진영에서 ‘조문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백선엽 장군 별세 당시 조문 대신 조화를 보낸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다.
대통령의 조문(弔問)은 그 자체로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 임기 반환점을 돈 문 대통령이 조문을 포함해 다양한 방식으로 야권 혹은 보수 진영에 협치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오전 백 소장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문 대통령이 빈소를 직접 방문해 조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빈소에서 “술 한 잔 올리고 싶다”며 술잔을 올리고 절을 했다. 유족에게는 “아버님과 지난 세월 여러 번 뵈었고 대화도 꽤 나누었다. 집회 현장에 같이 있기도 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백 소장에 대해선 “이제 후배들에게 맡기고 훨훨 자유롭게 날아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빈소를 찾은 것은 2019년 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김복동 할머니를 조문한 이후 2년 만이다. 이때 문 대통령은 방명록에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십시오’라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그해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별세 때는 북유럽 순방 중에 조전을 띄우고, 귀국 직후 동교동 사저를 찾았다.
다만 문 대통령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 백선엽 장군, 이건희 삼성 회장이 세상을 떠났을 때는 빈소를 찾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2018년 6월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별세했을 당시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을 빈소에 보내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김 장관에게 ‘유족에게 예우를 갖춰 애도를 표하라’는 뜻을 전했다”며 “대통령 조문은 이것으로 갈음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백선엽 장군 빈소도 찾지 않았다. 당시 야당은 문 대통령이 백 장군 조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노영민 당시 비서실장이 조문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냈다. 청와대는 “조화를 보내 조의를 표했고 비서실장 등이 조문을 갔다. 그 안에 모든 의미가 담겨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이건희 회장이 별세했을 때도 조문하지 않았다. 대신 노영민 당시 비서실장을 통해 유족에게 “한국 재계의 상징이신 이건희 회장의 별세를 깊이 애도하며 유가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이 연이 있던 민주·인권·여성 운동가의 빈소뿐 아니라 보수 진영 정치인 혹은 기업인의 빈소를 직접 방문해 임기 말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