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충격… 증거가 없는 것을 증명했다고 주장”
“학문적 자유에 거짓말은 해당하지 않는다”
하버드 교수 2명도 “조사 통해 논문 철회시켜야”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논문’ 검증에 참여한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학 역사학과 교수는 20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 논문은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든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과 관련해 그 논문을 온라인에 게재한 학술저널 ‘국제법경제리뷰(IRLE)’의 요청을 받고 검증 보고서를 보낸 미국 역사학자들 중 한 명이다.
더든 교수는 “램지어 교수가 위안부들이 겪었을 고통을 묵살했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증명할 수 없는 것을 증명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든 교수는 그러면서 “그 논문이 철회되더라도 학술 저널의 온라인 홈페이지에 계속 게재돼 있어 위안부 생존자들과 역사에 큰 피해를 이미 끼쳤다”고 안타까워했다.
더든 교수는 “나는 서면으로는 IRLE에 어떠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검증에만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더든 교수는 “나는 학문 진실성의 입장에서 IRLE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철회해야 한다는 내 동료들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학계에서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한 비판은 고조되는 상황이다. 하버드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카터 에커트 교수와 역사학과 앤드루 고든 교수도 IRLE 편집자의 요청을 받고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검토한 뒤 보다 엄격한 조사를 통해 결과에 따라 논문을 철회시킬 것을 촉구했다.
더든 교수는 일본 근현대사와 한·일 관계를 연구하는 미국의 역사학자다. 다음은 더든 교수와의 일문일답.
-램지어 교수의 논문 검증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학술저널 IRLE로부터 램지어 교수 논문과 관련한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나는 응했고, (검증 보고서를) 제출했다. IRLE의 편집자들도 내 글을 받았다고 답신했다. 나는 정확히 IRLE가 요구한 것을 그대로 따랐다. 나는 논문을 철회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는 동료들의 의견에 동의한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검증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이었나.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위안부들이 겪었을 고통을 쉽게 묵살한 것을 깨닫고 ‘진정으로 끔찍한 충격(truly a horrible shock)’을 받았다. 생존자들이 살아있는 한 램지어가 논문에서 빼버린 역사적 내용들은 버려질 수 없는 것이다.
과거에서 발생했던 국가 주도의 잔혹행위를 연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비슷한 폭력이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고, 현재의 목적에서 역사를 무기화화며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램지어 교수 논문이 지닌 많은 문제점들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외견상으로는 이성적으로 보이는 경제적 이론의 장막 뒤에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증명할 수 없는 것을 증명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만약 램지어의 논문이 ‘네이처(기초과학 학술지)’에 실린다면, 그 논문은 모방·복사할 수 없는 실험 방법으로 연구 내용이 사실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 철회에 동의한다고 밝혔는데.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수치스러운 것이다. 동료 학자들과 나는 램지어 논문의 문제점에 대해 강력하게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환경이 이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IRLE의 홈페이지에는) 램지어의 논문과 반박문이 함께 게재된 상태다.”
-램지어 논문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대책이 있다면.
“인간성에 대한 (일본 등의) 범죄 행위에 대한 교육이 확대해야 한다. 또 발견되지 않은 인종 차별주의자들의 주장이 학문적 심사 없이 논문 통과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일부 학자들은 램지어 논란과 관련해 학문적 자유를 주장하는데.
“학문적 자유는 헌법이 있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그러나 학문적 거짓말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