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주 된 둘째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전북 익산 20대 부부의 이중성이 대중을 공분시키고 있다. 부부는 퇴원 후 일주일 동안 번갈아 가면서 아들을 폭행했고 호흡 곤란 증상 등 상태가 심각해진 상황에서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하면서 경기도 용인에서 발생한 ‘이모·이모부의 물고문 사건’ 등을 검색했다.
이토록 잔인했던 부부는 SNS에 마치 ‘행복한 가정’인 양 연기한 정황들이 다수 포착됐다. 아내 B씨의 계정 프로필엔 ‘OO이 OO이 내 새끼들♡’이라고 적혀 있다. 첫째 딸과 숨진 아들에 대한 애정 과시글도 여러 차례 올렸다. 숨진 아들이 태어난 지난달 27일 B씨는 자신의 출산 소식을 알리며 ‘우리 둘째 아들 오전 6시7분 49㎝ 3.11㎏ 응급 제왕절개 37주로 태어났다. 남매 잘 키워보자’라는 문구와 함께 아이들의 사진을 올렸다.
다음 날 게시물에서는 둘째 아들 사진과 바닥에 누운 채 아들과 눈을 마주치는 남편 A씨의 사진을 올렸다. ‘오늘 왜 이리 아프지. 눈물 난다 여보. 엄마가 되는 게. 미안. 요즘 계속 내 수발들어주느라 고생하네’라고 적었다. 첫째 딸의 이름을 언급하며 “너무 걱정이다. 엄마 없이 지금 잘 있으려나”라고도 했다.
B씨가 언급한 첫째 딸은 당시 아동보호전문기관 전주사무소에 위탁 보호 중이었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2월 숨진 아이의 한 살배기 누나를 학대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그해 7월 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누나는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후 부부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전주사무소에서 ‘부모가 되는 방법’을 교육받았고 양육 기술 프로그램을 통해 학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 등을 배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은 ‘부모가 되는 방법’을 잘 습득하지 못했다고 한다.
남편 A씨는 상담 기간 중 수시로 “딸을 돌려 보내 달라. 안 보내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폭력적인 언행을 했다고 한다. 전주사무소에서 이런 행동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결국 전주사무소는 지난달 말 복지심의위원회를 열고 첫째 딸의 보호 기간 연장을 결정했다.
아들이 숨진 지난 9일 A씨는 전주사무소 직원과 통화하면서 아이가 무사한 척 연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주사무소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A씨와 통화에서 아직 딸을 키울 만큼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며 보호 기간 연장을 통보했다. 그러면서 둘째 아들을 잘 키워내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딸을 다시 데려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전달했다고 한다.
“둘째 아들에 대해서도 관리를 받아보자”는 제안에 A씨는 이를 수용했다고 한다. 다만 A씨는 “첫째를 키워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둘째는 위탁기관에 맡기지 않고 직접 키우겠다”는 의견을 냈다. 이렇게 전화를 끊고 몇 시간 뒤인 오후 11시57분 “아들이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신고 전엔 ‘멍 빨리 없애는 법’ ‘아동학대’ 등을 검색했다. 심지어 경기도 용인에서 발생한 ‘이모·이모부의 물고문 사건’을 검색하기도 했다고 한다. 부부의 학대는 산부인과 퇴원 후부터 이뤄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지난 1일 퇴원 후 오피스텔에서 생활했던 이들 부부는 7일까지 A씨가 4차례, B씨가 3차례 폭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8일과 9일엔 상태가 좋지 않은 아들을 방치했다. 경찰은 이때 이미 아이가 호흡곤란 등의 이상증세를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육아 소홀 정황도 확인했다. 숨진 아이는 출생 당시보다 0.17㎏이 빠진 2.94㎏이었다. 부검의는 “생후 14일 된 아기가 정상적인 발육 상태라면 3.5㎏ 정도 돼야 한다”면서 저체중으로 봤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가 충분히 이상 증세를 보인 시점에서 병원 치료만 제대로 받았다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며 “이들은 아이가 사망할 것을 알고 있었고 아이를 방치했기 때문에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부부는 아이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부모와 부부가 될 준비가 충분히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2018년 혼인 신고를 한 부부는 무직 상태로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아이가 사망하기 전 지자체에 출산장려금과 육아수당 등을 신청했다고 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