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와 살인, 성폭력 등 강력범죄로 금고 이상 형이 선고된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입법 절차를 밟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회장은 20일 교통사고를 포함한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표명한다”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의협은 그러면서 “이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다면 전국의사 총파업 등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코로나19 대응에 큰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경고했다.
또 이날 의협 제41대 회장 선거 입후보자 6명도 성명서를 내고 “의사면허는 의료법 개정이 아닌 자율징계를 통해서 관리가 가능한 문제”라며 “무차별적인 징계는 진료현장에서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므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사의 범죄행위와 관련된 면허 취소 여부를 법이 아닌 의협의 내규로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자율 조치’가 제대로 범죄 예방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찰청의 특정강력범죄 검거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0~2018년 9년간 총 901명의 의사가 강간 및 강제추행, 살인 등 강력범죄로 검거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면허가 취소된 인원은 한 명도 없다. 의사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1~3년 안에 재교부 신청을 하면 대부분 면허 회복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나온 의협의 성명은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살인과 강도, 성폭행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한 데에 따른 반응이다.
이 조치는 다른 전문직역과 의사의 형평성을 맞추고자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은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법무사, 국회의원 등이 강력범죄를 저지를 경우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의료행위 도중에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등을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을 때는 면허 취소 대상이 되지 않는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업무적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다.
앞서 의협은 지난해 정부가 추진하던 공공의대 정책과 관련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파업을 강행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환자의 진료권을 인질로 삼아 의료공백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