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정식 결재 없이 검찰 고위간부 인사안을 발표했고 신현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문 대통령에게 박 장관에 대한 감찰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동아일보는 20일 검찰 인사 과정에 대해 잘 아는 사정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박 장관이 일방적으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발표했고 대통령이 사후에 인사안을 승인해 사실상 추인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또 신 비서관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정식 결재 없이 인사를 발표한 박 장관에 대한 감찰을 요구했지만 문 대통령은 신 수석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박 장관의 인사안을 사후 승인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신 수석은 항의 차원에서 사의를 표명했고 청와대 관계자들의 만류에도 사의를 철회하지 않고 18, 19일 휴가를 떠났다. 청와대 안팎에선 신 수석이 사의 입장을 되돌리긴 어려운 상황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핵심 관계자는 매체에 “박 장관이 신 수석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매너를 완전히 저버린 것 아니냐. 신 수석이 ‘앞으로 살면서 박 장관을 볼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과정에 있었던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보도 직후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0일 오전 출입기자단에 보낸 공지메시지를 통해 “대통령 재가없이 법무부 인사가 발표됐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무리한 추측보도 자제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현재 휴가 중인 신 수석은 서울 용산의 자택이 아닌 지방 모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인들에게 “힘이 든다” “내 결정이 바뀔 일은 없다” 등의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수석과 가까운 여권 인사는 “신 수석이 지난 18일 청와대에 출근한 이유는 신변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던 걸로 안다”며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나서서 설득했지만 사의를 굽히지 않았고 결국 유 실장이 ‘일단 휴가로 처리할 테니 좀 더 깊이 고민해 달라’며 재고를 요청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신 수석은 22일쯤 휴가에서 돌아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협의 과정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거취를 놓고 이견이 발생하자 박 장관이 ‘왜 우리 편에 서지 않느냐’는 취지로 신 수석을 몰아세웠고 이 같은 편가르기식 발언에 신 수석이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언급한 ‘우리 편’의 의미에 대해 여권 내부에선 “민주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과 강경 친문 세력을 포함한 개념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신 수석 사의표명 사태에 대해 박 장관은 “마음 아프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사실상 사과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면서 이번 사태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박 장관은 지난 18일 오후 국회에서 법무부 정부 과천 청사로 돌아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신현수 파동'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신 수석과 이번 (검찰 고위급) 인사와 관련해 여러 차례 만났고 얼마든지 따로 만날 용의가 있다”며 “민정수석으로 계속 계셔서 문재인 대통령 보좌를 함께 하길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인사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검찰총장이든 민정수석이든 다소 미흡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밀실 결론이라는 비판을 받고 싶지 않아 소통 방법을 공식화했다”며 “공식성을 더하고 실질적인 협의 수준까지 신뢰가 쌓이면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측면에서 아직 완전한 조화라는 게 충분치 못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