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있어 가끔씩 생기는 두통은 별로 대수롭지 않은 문제다. 두통이 느껴지면 그저 과도한 업무로 인한 피로 누적이거나, 수면 부족으로 인한 증상, 또는 스트레스성으로 인해 생기는 정도로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어느 날 생긴 두통이 단순히 가벼운 일반 두통이 아니라 뇌종양을 알리는 신호일 수도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뇌종양은 뇌에 생기는 종양이라는 두려움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일반인에게 익숙한 질병은 아니다.
다른 종양에 비해 유병률도 낮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17년 국내에서 발생한 뇌종양은 1759건으로 전체 암 발생(23만2255건)의 0.8%를 차지했다. 현재 국내 뇌종양 환자는 약 2만명으로 추산된다.
윤완수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20일 “뇌종양은 위치에 따라 심각한 장애가 발생하거나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며 “아직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특별한 예방법이 없는 만큼 가급적 조기에 병원을 찾아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위치 따라 증상 각양각색…무심코 넘겨선 안돼
뇌종양은 뇌를 둘러싸고 있는 두개골 안에 생기는 모든 형태의 종양을 일컫는다. 뇌 조직과 연결된 신경 및 뇌를 싸고있는 수막 등에서 발생한다.
종류도 다양하다. 종양이 발생하는 부위에 따라 원발성과 전이성으로 구분하고 조직 성질에 따라 양성, 경계성, 악성으로 나눈다.
양성 종양에는 일반적으로 뇌수막종, 뇌신경초종, 뇌하수체 선종 등이 있다. ‘뇌암’으로 불리는 악성 종양은 악성 신경교종, 전이성 뇌종양, 림프종 등이 포함된다. 뇌종양을 구성하는 세포에 따라 신경교종, 뇌수막종, 신경초종, 뇌하수체종양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발생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뇌 손상, 방사선, 유전, 연령 등 다양한 원인이 지목받고 있다.
실제 뇌종양의 유병률은 연령이 올라갈수록 증가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뇌 및 중추신경계 암종(C70-C72)의 국내 5년 유병률은 2017년 기준 30~34세는 10만명당 8.0명인 반면 65~69세는 16.8명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아울러 흡연이 악성 신경교종 발생 위험을 1.22배 증가시킨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있다. 또 휴대전화 전자파에 의한 뇌종양 발생 가능성 역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증상은 발생 위치나 크기, 종양 종류, 커지는 속도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대표적 증상은 두통, 성격 변화, 편측 마비, 언어장애, 발기부전, 시력 저하, 어지럼증, 청력감소, 경련 등으로 나타나지만 증상만으로 뇌종양을 특정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증상은 두통이다. 두통이 생기는 이유는 뇌종양 때문에 뇌 부피가 늘어나 뇌 내 압력(뇌압)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뇌종양 환자의 70%가량이 두통을 호소한다. 특히 아침에 일어날 때 또는 새벽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새벽에 두통으로 잠에서 깨거나 아침에 심한 양상을 보이게 된다. 이는 수면 시 머리로 가는 혈관이 팽창해 뇌압을 더 올리는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뇌신경에 종양이 있으면 후각·시각·청각 장애와 어지럼증, 안면마비, 삼킴 장애, 음성변화 등이 생길 수도 있다.
뇌하수체에 발생하면 부피가 커지면서 시신경을 압박해 시야가 잘 안 보이거나 이중으로 보인다. 소뇌와 뇌간에 발생하면 균형 감각을 잃고 술 취한 사람처럼 걷는 운동 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뇌의 좌측 측두엽에 발생하면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거나 기억력이 떨어지고 망상이나 경련을 보일 수 있다.
뇌의 중심 두정엽에 발생하면 뇌 한쪽 운동 및 감각 마비가 발생하고 단어 발음에 부조화를 보인다. 공간 지각력이 떨어지고 좌우를 혼동하거나 계산능력이 떨어지고 글을 쓰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뇌의 앞쪽 전두엽 부위에 생기면 성격이 변하고 기억력, 언어장애가 오거나 인지 기능이 낮아지기도 한다.
노인의 경우 치매와 같은 인지기능 이상으로 뇌종양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기억력 저하나 행동 이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뇌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뇌종양 환자에서 기억력 저하 등 인지기능 변화는 환자 본인 스스로 판단할 수 없고 주위에 명확하게 표현되기 전까지는 가족들도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는 만큼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종류·위치 따라 치료법 결정
뇌종양의 진단을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영상검사를 실시한다. 컴퓨터단층촬영(CT)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 내에 검사할 수 있지만 해상도가 낮아 작은 종양을 찾기 어렵고 정상 뇌조직과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자기공명영상(MRI)은 방사선 노출을 피할 수 있고 종양과 뇌의 선명하고 다양한 영상을 통해 종양의 특징을 관찰할 수 있다. 다만 비용이 비싸고 촬영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단점이다.
다행히 국내에서는 뇌종양 진단 시 MRI 비용이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돼 비교적 저렴하게 촬영할 수 있다. 뇌종양의 진단에 MRI를 필수검사로 이용한다.
뇌종양의 치료는 종양의 종류, 위치, 증상에 따라 결정된다. 노인의 경우 연령이나 기저질환 여부도 중요하게 고려된다.
뇌수막종·뇌신경초종·뇌하수체선종 같은 양성 종양은 수술이 원칙이지만 수술이 어렵거나 거부감을 가진 환자에게는 방사선치료가 진행되기도 한다. 증상이 없거나 크기가 작으면 수술 없이 경과 관찰을 할 수도 있다.
악성 종양인 뇌암은 환자의 연령과 기저질환을 고려해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외과 수술이 많은 경우에 도움되지만 기저질환이 심각한 고령의 환자에서는 수술이 항상 우선되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뇌하수체종양에 대해 대부분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이 수술은 환자 콧속으로 내시경을 넣어 뇌 기저부나 뇌실, 뇌하수체 주위에 있는 병변에 한해 진행되는데, 공간이 좁아 수술기구를 사용해야 하는 현미경 수술보다 공간 확보가 수월하고 수술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
이밖에 환자와 의사가 대화를 하면서 수술하는 ‘각성 수술’도 있다. 이 수술은 종양과 정상 기능 뇌와의 경계가 모호한 종양을 잘라낼 때, 정상적인 뇌기능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가급적 많은 종양을 떼어내 종양과 뇌 기능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목적이다.
윤 교수는 “뇌종양은 뇌라는 미지의 영역에 또 다른 미지의 질환인 종양이 발생하는 병으로 일반인의 경우 이름이 주는 어려움과 두려움 모두를 가지게 된다”면서도 “평소 두통이나 시력 저하, 기억력 장애 같은 증상을 노화나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 증상이라고 소홀히 여겨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