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직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가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됐고 카카오 측은 전 직원에게 비상연락망을 통해 확인한 결과 불미스러운 일은 없다고 전했다.
논란은 지난 1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안녕히’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오면서 불거졌다. 글에는 “가족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미안하단 말밖에 못 하겠다”면서 “하지만 지금 삶은 지옥 그 자체야. 나는 편한 길을 찾아 떠나는 거니 너무 슬퍼하지 말고 빨리 잊어버리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다.
글쓴이는 이어 “나를 집요하게 괴롭힌 XXX셀장, 나를 보면 싫은 척 팍팍 내고 파트장에겐 안 좋은 피드백만 골라서 하고 동료들에게 내 험담하던 셀장. 상위평가에도 썼지만 바뀌는 건 없고 XXX셀장에게 내가 썼다는 걸 알려준 XXX팀장. 지옥같은 회사생활을 만들어준 XXX셀장 XXX팀장” 등을 지목했다.
이어 “XXX, XXX 둘은 뒷담화하기만 바쁘다”며 “너희들 나중에 자식 낳고 똑같이 그 자식도 왕따라는 걸 경험해보면 너희들 심정도 이해가 될까 몰라”라고 했다. 그는 이어 “회사 당신도 용서할 수 없다”면서 “톡테라스에 가서 울며불며 상담했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듯 쏘아붙이던 당신도 동료들이 감정을 담은 피드백에 평가와 인센티브를 그렇게 준 당신들도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내 죽음을 계기로 회사 안의 왕따 문제는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한 이 네티즌은 “가족들인 이 유서를 방송사나 언론에 보내줬으면 좋겠다. 내 재산은 모두 가족에게 맡기되 퇴직금은 왕따 피해자 지원단체에 기부했으면 한다”는 심경도 덧붙였다.
해당 글엔 댓글이 이어졌다. “유서 글 보고 내 심정과 똑같아 소리 내 울었다” “카카오는 평가 결과에 ‘이 사람과 일하기 싫습니다’를 수집해 전 직원에게 제공한다” “조직장 눈 밖에 나면 그 순간부터 지옥이 시작된다” “조직장의 횡포를 상위 평가에 적어도 소용이 없다. 최상위 조직장은 누가 그런 내용을 썼는지 알고 그걸 실명 그대로 알려주기도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후 얼마 뒤 해당 글은 삭제됐다. 이에 일부 네티즌은 카카오가 삭제를 강요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회사 측은 부인했다. 해당 글은 캡처된 이미지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카카오 측은 여러 매체를 통해 “유서 글이 올라왔다가 삭제됐으며 전 직원 비상연락망을 통해 확인한 결과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 전원 무사한 상태”라고 전했다. 카카오 측은 또 “해당 글을 쓴 직원이 누구인지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라며 “회사 내 고충을 토로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가 있으니 시스템을 활용해 밝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댓글을 통해 지적된 직원 인사평가 문제에 대해서는 “인사평가는 등급에 따라 연봉인상 등의 문제가 달려 있으므로 종합적인 것을 두루 평가할 수 있도록 마련돼 있다”면서 “회사 내 평가항목 중 ‘당신과 일하기 싫다’는 내용이 전 직원에게 공개된다는 글을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