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입마개에는 부정적인 인식이 박혀 있습니다. 입마개를 착용한 개를 통제하기 힘든 맹견으로 경계하고 혹은 입마개 착용을 개의 후각 활동을 방해하는 일종의 학대 행위라며 반발하는 사람도 있죠. 미디어들은 흥분한 개에 입마개를 씌우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입마개=맹견에게 주는 체벌’로 인식을 굳힙니다.
하지만 입마개는 유용한 교육 도구입니다. 식분증, 이식증 등 나쁜 습관을 예방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죠. 개 입마개에 얽힌 오해와 사실을 알아보겠습니다.
물림사고 전용? 식분증·이식증 교육에도 유용
입마개는 물림 사고에만 대비한 도구가 아닙니다. 개들이 입으로 저지르는 모든 사고를 예방합니다.
이식증(異食症)은 음식이 아닌 물건을 집어먹는 행동입니다. 이식증을 보이는 개는 산책길의 담배꽁초, 동물의 사체, 음식물쓰레기, 솔방울 등 닥치는 대로 삼키죠. 견주 입장에서는 독성이 있거나 날카로운 물건을 반려견이 먹을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불결한 환경에서 개를 대량으로 번식하는 개농장, 펫샵 출신의 개들은 자신의 분변을 먹는 식분증(食糞症)을 보이기도 합니다.
입마개는 이런 견공에게 필요한 도구입니다. 입마개를 착용하고 산책하면서 음식과 이물질을 구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겁니다. 서서히 증세가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므로 공원에서 입마개를 한 개를 만나도 겁먹지 마세요. 대부분 공격적이지 않으며 그저 산책 교육 중일 겁니다.
동물병원이나 애견미용실을 갈 때도 입마개는 유용합니다. 낯선 사람이 몸에 미용도구나 주사를 갖다 대면 동물들은 큰 스트레스를 받아요. 이때 견공이 평소에 입마개 착용에 익숙하면 어떨까요? 수의사나 미용사가 빠르고 정확하게 시술할 수 있답니다.
우리 개는 정말 안 무는데…입마개 착용해야 할까
입마개는 전과범의 흔적이 아닙니다. 개를 두려워하는 주변인들에게 안도감을 주는 배려의 도구이죠. 경계심이 많은 개, 맹견류는 비반려인에게 위협적입니다. “우리 개는 안 문다”라는 백 마디 말보다 입마개 착용은 큰 신뢰를 줍니다.
개들은 소음이 크거나 인파가 붐비는 장소에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몇몇은 경직된 귀·꼬리, 공격적인 짖음 등 긴장된 반응을 보일 겁니다. 그다음인 입질은 강한 거절의 표현이지요. 물림 사고를 막으려면 문제의 장소를 피하는 게 최선이지만 불가피하다면 체중 20㎏ 넘는 대형견, 맹견류, 입질이 있는 견공은 입마개 착용을 권장합니다.
입마개 착용, 개에게 고통 줄까
개들은 인간보다 1만 배나 예민한 후각으로 낯선 환경을 파악합니다. 산책 중 이곳저곳 킁킁대는 것은 반려견의 하루 중 가장 큰 행복이기도 하죠. 입과 코를 덮는 입마개는 개들의 자유를 크게 침해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처음부터 입마개 착용을 즐기는 견공은 드물지만 간식과 칭찬을 활용한 긍정 강화(Positive Reinforcement) 교육으로 개들은 입마개에 곧잘 적응합니다. 반려견이 입마개를 착용하면 곧장 보상해주고 다음 단계로 입마개를 한 채 음식먹기, 산책 등을 시도하는 식이죠. 입마개에 익숙해지면 착용한 채 물을 마시고 밥도 먹는답니다.
반려견도 인간 사회의 일원입니다. 타인에게 위협감을 준다면 더불어 살기 어렵지요. 입마개는 만일의 사고를 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랍니다. 반려인도 비반려인도 입마개 착용에 더욱 너그러워지길 기대합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