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을 뛰쳐나간 버스기사가 30분가량이 지나 눈을 비비며 버스로 돌아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지난 11일 오전 10시25분경 구미 신동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멀리 비닐하우스 위로 치솟는 검붉은 불길을 본 버스기사 노남규(36)씨는 급히 차를 세웠습니다. 즉각 119에 신고를 한 노씨는 버스에 탄 승객들에게 “잠깐만 기다려달라”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리고는 버스 안에 비치된 소화기 두 개를 챙겨 들고 뛰어나갔습니다. 검은 연기가 나는 방향으로 말이죠.
불이 나는 비닐하우스까지 거리는 생각보다 멀었습니다. 노씨는 8분 가량을 달려 현장에 도착했고 소화기를 사용해 초기 화재를 진압했습니다.
검붉은 불길을 확인한 후 소화기를 들고 달려나가기까지 노씨의 행동에는 한치의 주저함이 없었다고 합니다. 화재현장을 향해 달려가던 노씨의 모습은 당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장경숙(58)씨가 촬영한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영상을 보면 양손에 소화기를 든 노씨는 논두렁을 따라 한참을 달리고 또 달립니다.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한 숨도 쉬지 않고 말이죠.
노씨는 버스로 돌아오는 길에 논두렁에 빠진 구급차를 발견해 이를 빼내는 데도 힘을 보탰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던 것이죠.
노씨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불길을 보는 순간 큰불로 이어질까 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과거 배웠던 소화기 사용법이 떠올라 그대로 실행했다는 게 노씨의 설명이었습니다.
달리는 동안 마스크 때문에 숨이 찼지만, 불이 번지기 전에 빨리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멈출 수 없었다고 합니다. 노씨는 “달리던 중 논두렁에 발이 빠졌던 탓에 젖은 양말을 신은 채 늦은 밤까지 근무하느라 발에서 냄새가 났다”면서 웃었습니다.
노씨는 무엇보다 자신이 불을 끄고 돌아오기까지 기다려준 승객들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버스로 돌아와 ‘기다리게 해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노씨에게 승객들은 오히려 “수고하셨다”고 화답했다고 합니다. 그는 “버스로 돌아오기까지 30분 가량 걸렸는데, 어느 분 하나 불평하지 않고 기다려주셔서 고마웠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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