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한 폭력 있었을 것” 갓난아이 살해 부부 사이 ‘불화’

입력 2021-02-19 16:17 수정 2021-02-19 17:03
생후 2주 아들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부부. 연합뉴스

생후 2주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전북 익산의 20대 부부가 가정 폭력 문제를 겪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살인, 아동학대 중상해 등 혐의를 받는 A씨(24)와 B씨(22) 부부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부부 싸움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인 부부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다툼 정도”라며 “비상적인 이유로 다퉜다는 등의 구체적 진술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싸움이 있었다고 해도 개인사라 확인해 줄 수 없고 (부부 사이 다툼이) 이번 수사의 본류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불화는 아내 B씨가 SNS에 남긴 글에서도 포착됐다. B씨는 회원 5만명이 넘는 출산·육아 관련 비공개 SNS 그룹에서 활동하며 남편과의 불화 관련 글을 여러 번 올렸다. 첫째 딸이 태어난 직후인 2019년 12월 ‘#임신산후우울증’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남편이랑 멀어진 기분이 든다. 남편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고 신경도 안 쓴다. 남편은 술을 항상 달고 살고 혼자가 된 기분이다”라고 적었다.

C군 출산 직전인 지난달에는 “남편이 술 먹으면서 첫째랑 둘째가 자기 자식이 아니고 다른 남자의 아이 같다며 유전자 검사를 하자고 했다. 그래서 ‘알겠다’고 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이들 사이에 불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그는 “(남편이) 아이를 던진 것 아닌가. 두개골이 함몰될 정도면 아이를 실수로 떨어뜨린 건 아니다”라며 “그 여자와 남자 사이에도 상당한 폭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18일 중앙일보에 말했다. 이어 “(첫째 딸은) 학대가 일어나 (법원에서) 분리했지만, 둘째 아이를 또 낳은 것을 보면 기본적으로 두 사람은 만남부터 정상적인 관계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들 부부는 (생후) 2주짜리가 오줌을 싸는 게 훈육의 대상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상식이 없다. 이런 몰상식이 결과론적으로 학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경찰은 18일 A씨 부부를 살인과 아동학대중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이달 초부터 7일 사이 자신들이 거주하는 익산시 한 오피스텔에서 C군을 침대에 던지는 등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9일 오후 11시57분쯤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졌는데 숨을 쉬지 않는다”면서 119에 신고했으며, 당시 아이의 얼굴 여러 곳에서 멍 자국이 발견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부부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C군 사망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