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故백기완 선생 영결식 엄수, 추모 인파 1000명 운집

입력 2021-02-19 15:53
구호 외치는 고 백기완 선생 영결식 참석자들. 연합뉴스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이 1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 사회장 장례위원회’ 주관으로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발인식에는 한국 민중·민족·민주운동의 큰 어른을 마지막으로 배웅하려는 조문객 수백명이 운집했다.

서울광장으로 이동하는 고 백기완 선생 운구 행렬. 연합뉴스

이들은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의 노랫말 ‘남김없이’가 쓰인 리본과 백 소장이 생전 마지막으로 남긴 글귀 ‘노동해방’이 적힌 머리띠를 달고 있었다. ‘노나메기 세상(너도 나도 일하고 올바르게 잘 사는 세상)’ 여섯 글자가 담긴 흰색 마스크도 나눠 썼다.

시청 향하는 운구행렬. 연합뉴스

운구 행렬은 위패와 영정, 운구차, 검은 두루마기 차림의 백 소장을 형상화한 대형 한지 인형, 대나무 깃대에 달린 붉은 만장, 꽃상여, 수십 명의 풍물패를 앞세우고 통일문제연구소를 거쳐 노제 장소인 대학로 소나무길로 천천히 이동했다.

장례위는 고인이 평생 민족문화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였던 만큼 전통 장례절차를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노제에서는 한국민족춤협회의 집단무가 펼쳐졌다.

소나무길에서 열린 고 백기완 선생 노제. 연합뉴스

이날 노제에 참여한 김세균 상임장례위원장은 “선생님은 평생을 이 땅의 노동자·민중의 일원으로 살았고, 백발의 노인이 된 뒤에도 그들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동지로 살았다”고 했다.

시민들이 뒤따라 걸으면서 500명 넘게 불어난 행렬은 종로 거리를 지나 오전 10시50분쯤 거리굿 장소인 보신각에 도착했다.


교차로에서는 경찰이 현장 지원을 위해 교통을 통제했고, 틈틈이 운구 행렬에 속한 대열 사이로 차량들을 통과시켰다. 인근을 지나가던 시민들은 풍물패의 행진을 구경하면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영결식은 오전 11시30분쯤 서울광장에서 엄수됐다. 무대를 중심으로 띄엄띄엄 의자가 배치됐다. 미리 광장에 나와 있던 시민들이 더해져 추모객은 1000명가량으로 늘었다.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백기완 선생 영결식. 연합뉴스

백 소장과 오랜 동지인 문정현 신부는 “앞서서 나아가셨으니 산 저희가 따르겠다. 선생님을 다시 만나 뵐 그 날까지 선생님의 자리를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투쟁현장에서는 늘 힘들고 지치기 마련인데 이제는 어느 누가 우리들에게 그렇게 큰 어른 역할을 해 줄 수 있을까”라고 했다.

유가족의 눈물. 연합뉴스

가수 정태춘씨의 추모곡 ‘92년 장마, 종로에서’와 민중가수들의 ‘민중의 노래’ 합창, 시민 헌화를 끝으로 영결식은 종료됐다.

하관식은 이날 오후 2시쯤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진행됐다. 장례위에는 노동·통일·종교·시민사회·학술 등 인사와 시민 6104명과 562개 단체가 참여했다.

백 소장의 장례 행렬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10인 이상 집회금지 조치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경찰에 따르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서 관혼상제 및 국경행사는 기존 규정을 적용하지 않게 돼 있어 운구행렬은 금지 집회에 해당하지 않는다.

반면 서울시는 이날 영결식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른 ‘100인 이상 집합금지’가 준수되지 않은 사실에 유감을 표했다.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은 온라인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서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 서울광장에 임의로 분향소가 설치되고 영결식이 진행되는 상황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태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