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사실 판명된 ‘용화여고 스쿨미투’… 가해 교사 법정구속

입력 2021-02-19 15:38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에서 학생들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전직 교사가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018년 이 학교에서 교내 성폭력 폭로인 ‘스쿨미투’가 이뤄진 지 3년 만이다. 피해자들은 “기적이 이뤄졌다”고 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마성영)는 19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직 용화여고 교사 A씨(57)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2011년 3월부터 2012년 9월까지 교실과 생활지도부실 등에서 제자 5명의 신체를 만져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은 수사 당시 “허리와 허벅지 등을 손으로 치고 속옷을 만지는 등의 행위를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행위가) 기억나지 않고, 설령 접촉이 있었다 하더라도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며 “피해자들의 진술이 구체적이지 않고 모순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이 본질적인 부분에서 일관되고 상황 묘사가 구체적”이라며 “피고인의 행동은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동이고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교육자로서 임무를 망각하고 범행한 점을 고려했다”고 실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한 피해자는 선고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용기뿐 아니라 언론인과 시민단체들과의 인연이 기적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학교 현장이 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곳이 되는데 일조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용화여고 졸업생들은 2018년 3월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를 꾸리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교사들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했다. 검찰은 이들의 폭로 다음 달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2018년 12월 검찰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쳐 A씨에게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후 지난해 2월 시민단체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시민모임’이 다시 진정서를 내자 추가 보완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3개월 뒤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