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나메기’ 백기완 소장 영결식…“누가 어른역할 하겠나”

입력 2021-02-19 14:23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인근에서 고(故)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운구행렬이 서울시청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향년 89세로 타계한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고인을 추모하려는 조문객 수백여명이 몰리자 서울시는 추후 변상금 부과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노나메기세상백기완선생사회장장례위원회(장례위)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발인식을 열었다. 발인식에 참석한 조문객들은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랫말이 쓰인 리본과 백 소장의 생전 마지막 글귀 ‘노동해방’이 적힌 머리띠를 달았다. 마스크에는 ‘노나메기 세상’(너도 나도 일하고 올바르게 잘 사는 세상)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오전 8시25분쯤 운구차가 병원 문밖을 나서자 검은 두루마기 차림의 대형 한지인형과 대나무 깃대에 달린 붉은 만장과 꽃상여가 뒤따랐다. 그 뒤로 수십 명의 풍물패와 조문객, 노동계 관계자들의 뒤를 이었다. 대학로부터 서울광장까지 일부 통제된 차로를 따라 이들은 통일문제연구소를 거쳐 대학로 소나무길로 이동했다.

이후 열린 노제에서는 각계 인사들이 모여 고인을 추모했다. 김세균 상임장례위원장은 “백 소장은 평생을 이 땅의 노동자, 민중의 일원으로 살았다”면서 “백발 노인이 된 뒤에도 그들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동지로 살았다”고 말했다.

운구 행렬이 노제 이후 종로 거리를 지나 거리굿 장소인 보신각에 도착했을 때는 시민 500여명이 뒤를 따랐다. 영결식이 열리는 서울광장에 도착했을 때는 추모객 1000여명이 북적였다. 영결식에서 문정현 신부는 “앞서서 나아가셨으니 산 저희들이 따르겠다. 다시 만나 뵐 그날까지 선생님의 자리를 지키겠다”고 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도 “이제는 어느 누가 우리들에게 그렇게 큰 어른 역할을 해 줄 수 있겠냐”고 말했다.

하관식은 이날 오후 2시 경기도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서 진행됐다.

고(故)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이 1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영결식 이후 이날 행사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른 ‘100인 이상 집합금지’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서울시는 이날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사용을 제한한 서울광장에 임의로 분향소가 설치되고 영결식이 진행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영결식 진행 과정에서 방역수칙이 준수되고 있는지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장례위는 영결식 직후 서울광장 앞 분향소를 자진 철거했다. 서울시는 추후 변상금 부과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