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에게 살해된 ‘무명녀’ 8살, 죽은 뒤에야 이름 받는다

입력 2021-02-19 12:22
8살 자식 살해한 40대 영장심사. 연합뉴스

출생 신고도 거치지 않은 채 살해돼 서류상 ‘무명’(無名)으로 남았던 8살 아이에게 조만간 정식 이름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19일 인천지검 등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인천시 미추홀구 한 주택에서 친모에게 살해된 A양(8)에 대해 검찰이 친모를 통해 출생 신고를 추진하고 있다.

A양은 출생 신고가 되지 않아 사망진단서에도 ‘무명녀’로 남아 있어 주변의 안타까움을 샀다. 이에 검찰은 관련법에 따라 검사가 직접 출생 신고를 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그중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6조에 따르면 출생 신고 의무자인 부모가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신고하지 않아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다.

그러나 A양이 이미 사망한 상태여서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친모인 B씨(44)가 딸의 출생 신고를 직접 하도록 설득했다. B씨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도 이 의견에 동의해 출생 신고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 등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검의 한 관계자는 “법률 검토 끝에 신고 의무자인 친모가 직접 출생 신고를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보고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은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검사나 지자체가 출생 신고에 개입할 수 있는 요건을 확대해 달라며 관련 법 개정을 건의한 상태다.

앞서 B씨는 지난달 8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한 주택에서 딸인 A양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A양은 출생신고도 되지 않았으며 어린이집이나 학교 등 교육기관에도 간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져 정치권에서 친모로 한정된 혼인외 출생자 신고를 친부도 할 수 있게 하는 등 ‘출생 미등록’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하기도 했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