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실물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내 금값은 10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금 대체재로 거론되는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은 연일 치솟는 상황이어서 대비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KRX 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48% 내린 6만3900원에 마감했다.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종가 기준 지난해 4월 6일의 6만378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간 것이다. 역대 최고가였던 지난해 7월 28일의 8만100원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20.22% 하락했다.
금 가격의 약세는 위험자산 선호가 이어지는 와중에, 금값과 반비례 관계인 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상승한 것과 무관치 않다. 통상 금은 위험자산과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이 위험자산을 선호해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금은 상대적 약세를 이어갔다.
또 금은 이자가 없어서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내려가고, 보완재 성격의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가 올라도 가격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금리 상승세에 속도가 붙고 달러화 약세가 주춤하면서 금 가격이 내림세를 보인 것이다. 국내 금값에 영향을 주는 국제 금값도 17일(현지시간) 기준 지난해 6월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금값 약세는 ‘디지털 금’으로 평가받는 비트코인의 급등세와 대비된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6일 처음 5만 달러를 돌파한 후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암호화폐 전문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18일 장중 5만2531달러(약 5776만원)까지 올랐다. 사상 처음으로 5만 달러를 돌파한 지 이틀 만이다.
일각에서는 통화완화 정책으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는 가운데, 가상화폐가 금을 대신할 새로운 안전자산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비트코인 시장 진입을 공식화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비트코인을 금의 대체재로 거론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비트코인은 여전히 전통 자산들보다는 변동성이 높아 부를 저장하거나 교환의 매개체로 사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계금협의회(WGC)도 이달 보고서를 통해 “금과 암호화폐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금은 투자 수단인 동시에 소비재이기도 하고, 2000년 이상 동안 가치 저장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강조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