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장관 ‘위안부 망언’ 하버드 논문 읽고도 무대응

입력 2021-02-19 06:34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연합뉴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해 비난을 받고 있는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 내용을 파악하고도 직접적 대응에 나서지 않은 데 이어, 이 논문에 대한 정부의 대응 필요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드러내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여가부와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에 따르면 정 장관은 램지어 교수 논문으로 인한 파문이 확산하기 시작하던 때 이미 논문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가부 고위 관계자는 “장관이 미리 (영어) 원문으로 논문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다만 정 장관이 논문을 정확히 언제 읽었는지에 관해서는 함구했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는 “위안부 피해자는 공인된 매춘부”이고 “여성이 자발적으로 매춘부에 응모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지난 1일 논문 내용이 국내에 처음 알려진 이후 논란이 일기 시작하자 정 장관은 개인적으로 논문 원문을 구해 읽어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논문 내용이 알려진 때로부터 2주가 지나도록 여가부는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양 의원 측은 여러 차례 여가부에 논문 원본을 확보했는지와 논문을 내용을 확인했는지 등을 문의했으나, 여가부 측은 “논문을 보지 못했고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여가부의 공식 입장은 지난 16일에야 나왔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사례에 대해 매우 유감이며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같은 입장은 ‘망언 논문’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램지어 교수의 글 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는 취지로 정 장관은 발언했다.

하버드대 홈페이지 캡처

정 장관은 전날 국회 여가위에서 “논문 자체에 대응한 것이라기보다는 (이용수 할머니의 활동을) 방해하는 그런 활동에 대해서 대응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논문에 어떻게 대처하겠냐’는 질의에는 “이 논문이 정부가 대응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 논문인지”라고 답변해 논란을 낳았다.

취임 후 수차례에 걸쳐 “위안부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던 정 장관이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훼손을 유발하는 논문에 침묵하는 것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적절하지 못하다는 반응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왔다.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미국 사회에서도 대학생, 지식인 사회, 미국 내 정치권에서도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논문에 대한 대응 필요성에 회의적인 정 장관의 태도는 사안을 방관 내지 외면하는 인상을 준다는 지적이다.

양 의원 측은 “하버드대학이라는 권위 있는 기관에서 나온 논문이고, 이것이 이미 국내외에서 크게 공론화가 된 사안인데 마치 일상적으로 늘 있는 사안처럼 치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조영미 여성평화운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도 “여가부는 그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정책을 담당하는 주무부처라는 점에서 램지어 교수 논문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할머니들의 인권회복 및 국민에게나 정부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