쵸넥톤은 왜 W부터 찍었을까

입력 2021-02-18 21:53 수정 2021-02-18 22:24
라이엇 게임즈 제공

한화생명e스포츠 ‘쵸비’ 정지훈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바라보는 관점이 남다르다. 소환사 주문과 특성은 물론, 자신이 1레벨에 찍는 스킬조차도 남들보다 많은 것을 계산해서 고른다. 18일 농심 레드포스전 2세트에서도 그의 꼼꼼함이 잘 드러났다.

정지훈은 레넥톤을, 맞상대 ‘베이’ 박준병은 세트를 골랐다. 정지훈은 첫 번째 웨이브가 도착하고도 한참 동안 1레벨 스킬을 찍지 않았다. 분노를 쉽게 쌓을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지자 그제야 ‘무자비한 포식자(W)’를 찍었다. 패시브 ‘분노의 지배’를 활용한 강화 W 스킬로 강력하면서도 이기적인 딜 교환을 하기 위해서였다.

중계 화면에 잡히지는 않았지만, 1분45초경 레넥톤의 상태 창을 보면 분노가 절반가량 쌓이자마자 바로 사라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분노가 쌓이자마자 박준병에게 강화 W 스킬을 쓴 것으로 보인다. 박준병이 1레벨에 ‘강펀치(W)’를 찍었다는 걸 확인한 그는 강화 W의 보호막 파괴 효과 발동까지도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회심의 1레벨 딜 교환은 정지훈의 예상보다 부족한 대미지를 냈다. 박준병의 ‘뼈 방패’ 룬이 발동되면서 정지훈이 시도한 콤보 대미지의 상당 부분이 뼈 방패에 흡수됐기 때문이었다.

그는 약 20초 전쯤인 1분26초경 미드 아래쪽 부시에서 마주친 박준병과 기본공격을 주고받았다. 정지훈 본인의 뼈 방패도 이때 소모됐다. 뼈 방패의 재사용 대기 시간은 45초다. 정지훈은 상대방의 뼈 방패가 재사용 대기시간에 돌입했다고 판단하고 강화 W 콤보를 선택했다. 왜 1레벨 딜 교환 당시에 박준병의 뼈 방패가 발동했을까?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선 시간을 약 30초 전으로 되돌려야 한다. 53초경 ‘아서’ 박미르(탈리야)가 미드 위쪽 부시에서 튀어나와 박준병에게 ‘파편 난사(Q)’를 날렸다. 박준병의 뼈 방패는 이때 소모됐다. 사실 두 선수가 1분26초경 기본 공격을 교환했을 땐 정지훈의 뼈 방패만 빠졌던 것이다.

만약 1분26초경에 박준병의 뼈 방패가 함께 소모됐다면 정지훈은 1레벨 딜 교환에서 더 큰 재미를 봤을 것이다. 그는 상대 뼈 방패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기사는 정지훈의 복기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정지훈은 “당시에 분노를 잘 쌓았었다. 강화 W 스킬을 활용한 딜 교환이 좋겠다 싶어서 1레벨에 W 스킬을 찍었다. 그런데 탈리야가 앞서 상대방의 뼈 방패를 빼놓은 걸 계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엔 1레벨 때 ‘양떼 도륙(Q)’을 찍는 편이다. 상황에 따라 다르게 플레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지훈 특유의 디테일은 이날 1세트에 아지르를 플레이하며 선택한 룬에서도 잘 드러났다. 정지훈이 아지르를 플레이할 때 ‘지배’ 특성을 선호한다는 건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그는 ‘피의 맛’과 ‘굶주린 사냥꾼’ 룬을 활용한 딜 교환을 즐기는 편이다. 그런데 이날은 세트를 공략하기 위해 ‘정밀’ 특성의 ‘치명적 속도’를 핵심 룬으로 선택했다.

정밀 특성에 있는 ‘전설: 강인함’ 룬의 효과가 필요해서였다. 정지훈은 “강인함 룬이 없으면 세트의 점멸+‘안면 강타(E)’ 콤보를 맞았을 때 제 궁극기로 반응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 팀에 (수면 스킬을 갖춘) 릴리아도 있어서 더 강인함 룬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감전’ 룬의 효과로는 세트를 공략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었다. 정지훈은 “세트는 감전 룬의 대미지를 못 느끼다시피 하는 챔피언이다. 치명적 속도를 활용해 세트를 많이 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