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질문에서 뮤지컬 ‘위키드’는 시작됐다. 초록 마녀의 기세는 대단하다. 오픈 회차 대부분 매진을 기록하며 이 시국 꿈 같은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 작품은 ‘2021년 맞서 날아오르다!’라는 슬로건으로 16일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했다. 5년 만의 국내 귀환이다. 탄생 10주년을 맞은 2013년 국내 한국어 초연했고 2016년에 재연 무대를 올렸다.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무대로 옮긴 작품으로, 초록빛 피부를 지닌 정의로운 엘파바(옥주현·손승연)와 겉과 속 모두 아름다운 글린다(정선아·나하나)가 에메랄드 시티에서 겪는 여정을 담는다.
엘파바는 남들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집과 학교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괴상한 모자를 쓰고 파티에 등장한 엘파바에게 조롱이 날아들었지만, 개의치 않고 둠칫둠칫 춤을 췄다. 주변의 손가락질보다 중요한 건 정의와 올바름이었다. 엘파바는 딜라몬드 교수를 지키기 위해 곧은 소리를 쏟아냈다. 오즈의 마법사의 회유에도 어림없이 꼿꼿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극의 중심을 잡는 건 글린다다. 외모에만 신경 쓰는 허영심 가득한 인물인 줄 알았는데, 정의감도 유별났다. 처음엔 엘파바를 무시했지만 진정성을 확인한 후 소울메이트가 됐다. 글린다의 대표 넘버(음악) ‘파퓰러’(Popular)가 공연장을 메울 때는 동화 속 한 장면이 무대에 그대로 구현된 것 같았다. 글린다의 요염하고 능청맞은 연기가 몰아치듯 펼쳐지는 게 일품이다. 글린다의 진가가 발휘되는 장면으로, 이때부터 ‘위키드’ 이야기가 비로소 시작된다.
“이젠 의미 없어 / 남들이 정한 규칙들 / 난 깨어나 버렸어 / 돌아가긴 늦었어 / 날아올라 / 중력을 벗어나 / 하늘 높이 날개를 펼 거야 / 나를 막을 순 없어”. 1막 엔딩곡이자 엘파바의 메인 넘버인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는 ‘위키드’의 상징이다. 올해도 엘파바는 이 장면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분출한다. 돌연변이로 태어났지만 자신의 운명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주제 의식이 담겨있다.
‘위키드’는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숨겨진 이야기를 모아봤다.
Q.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의 프리퀄?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기반으로 한 뮤지컬이다. 두 작품은 평행하는 이야기로 오즈의 마법사를 보며 생각했을 법한 의문들을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풀어낸 게 위키드다. 주인공은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 이미 그곳에서 만나 우정을 키웠던 두 마녀다. 위키드에는 100년간 숨겨져 있던 오즈의 마녀들의 비밀이 담겨 있다.
Q. 초록 마녀는 사악할까
-위키드는 우리가 나쁜 마녀로 알고 있는 초록 마녀가 사실은 불같은 성격 때문에 오해받는 착한 마녀라는 상상에서 시작한다. 착한 금발마녀 글린다는 아름다운 외모로 인기를 독차지하던 허영덩어리 소녀였다는 점도 기발하다. 전혀 다른 두 마녀가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 어떻게 나쁜 마녀와 착한 마녀로의 삶을 살게 됐는지를 매혹적인 스토리로 풀어낸다.
Q. 소설과 다른 점은
-①소설에서 보크는 엘파바와 먼저 친해진다. ②딜라몬드 교수의 과목은 역사가 아니라 생물이다. ③모리블 학장과 엘파바는 교감을 나눈 적 없다. 소설 속 모리블은 훨씬 사악하다. ④소설의 네사로즈는 양팔이 없다. ⑤원작에서 마법 재능이 뛰어난 건 엘파바가 아닌 글린다였다. 네사로즈 구두에 마법을 건 사람도 글린다이다. ⑥원작 속 회오리바람은 모리블이 만든 게 아니라 정체불명이었다.
Q. 위키드 앞에는 왜 ‘최고의’ 수식어가 붙나
-2003년 초연 이후 모든 도시의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브로드웨이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한 세 작품 중 금세기 초연작은 위키드가 유일하다. 브로드웨이 거쉰극장에서는 하우스 기록을 22회 이상 경신했고, 매주 180만 달러(약 21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3년 12월 마지막 주에는 종전의 자신 기록을 깨고 주간 박스오피스 320만1333달러(약 35억원)를 기록해 브로드웨이 북미 포함 주간 매출 300만 달러를 돌파한 최초의 작품이 됐다. 2013년 2월 ‘오페라의 유령’의 기록을 깨고 9년 연속 브로드웨이 박스오피스 1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Q. 위키드는 가족·어린이 공연일까
-위키드는 유쾌하지만 그 안에는 인생 철학이 담겨 있다. 2030세대뿐 아니라 유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 폭넓은 연령대가 환호하는 이유다. 특히 평소 공연 관람 비율이 낮은 남자 관객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제작사는 8세 이상이 관람하기를 권장한다.
Q. 위키드에 담긴 진짜 의미는
-원작자 그레고리 맥과이어는 “사람들이 어떻게 나쁜 인물을 만들어 내는지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제작사 클립서비스는 “이 작품은 사회적 편견과 선입관을 꼬집는다. 무엇이 진짜 선과 악인지에 대해 무겁게 생각할 시간을 선사한다”고 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