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못먹어도~” 초등교사 연수서 ‘여성폄하’ 논란

입력 2021-02-19 00:10
게티이미지. 기사와 무관

경기도교육청에서 실시한 신규교사 연수 도중 초청강사가 부른 노래가 여교사를 희화화, 성희롱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경기도교육청 산하 혁신교육연수원에 따르면 연수원은 17일 ‘2021학년도 경기도 초등 신규 임용예정교사 직무연수(6기)’를 40분 가량 진행했다. 온라인으로 열린 연수에는 초등교사 약 230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연수원은 ‘힙합으로 듣는 학생과 교사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현직 초등 남교사 2명으로 구성된 A 래퍼그룹을 강사로 초청했다.

이들은 총 세 곡을 공연했는데, 그중 작년 3월에 발매된 ‘부부교사’라는 노래의 가사가 문제가 됐다.

노래에는 “얼레리 꼴레리 너 부부교사 됐지/얼레리 꼴레리 또 몰래 뽀뽀하지/얼레리 꼴레리 손 잡고 여행가지/얼레리 꼴레리 저출산 해결하지/3대가 덕을 쌓아야 부부교사/교대때부터 지겹게 들었지/남자는 못먹어도 무조건 부부교사” 등의 가사가 포함돼 있었다.

일부 교사들은 연수가 끝난 뒤 강사와 연수원 측에 해당 노래가 “여교사에 대한 무시이자 성희롱”이라고 항의했다.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자극적인 가사를 쓰고 잘못된 인식을 퍼트린 A그룹도 잘못했지만, 수업 내용을 검토없이 내보낸 교육청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사범대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신규 교사에게는 첫 연수인데 저런 일을 겪으면 정말 불쾌했을 것 같다”며 “초등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칠 사람들이 저런 노래를 불렀다는 걸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17일 저녁 연수원은 참가자 전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연수원측은 “오늘 있었던 공연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6기 연수원 분들께 죄송하다”면서 “교사로서 다양한 삶을 소개하며 도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하였으나 내용적으로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선생님들께 힘들고 무거운 마음을 갖게 해드려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이날 오전 10시경 연수원은 A그룹과 함께 다시 “운영상 불편함을 끼친 부분이 있어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연수원 관계자는 “연수원은 경기도 교육청과 협업해 이번 일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것이고 앞으로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음은 논란이 된 ‘부부교사’ 노래 전문.
부부교사가 마치 저기 어디 중소기업만치 번다는 얘기
주위에서 많이 들었는데 웬걸 나이스 급여가 보여주는 현실
1월 7월에 정근수당 다 털어가네 카드회사
그래도 여보가 성과급은 A 받았으니까 B 받은 나에게 치킨정도는 사줘
오 이런 직업병이야 입만 떼면 자꾸 가르치려고 하는
나 말고 너 너, 나 말고 너 너,
그래도 우린 같은 직업 안에 숨쉬어
교사가 힘들단걸 너는 알아.
내 하루를 네가 공감하니까, 내 평생을 너와 함께 할 거야

얼레리 꼴레리 너 부부교사 됐지
얼레리 꼴레리 또 몰래 뽀뽀하지
얼레리 꼴레리 손 잡고 여행가지
얼레리 꼴레리 저출산 해결하지

3대가 덕을 쌓아야 부부교사
교대때부터 지겹게 들었지 남자는 못먹어도 무조건 부부교사
축하한다 잘살아라
방 학 도 있어
안 정 적인 월급
퇴 근 시간 같아
잘알지 서로를 너무나 그래서 응?
비자 금은 없지
내시 간은 무슨 소리
요령 따위는 못부려
퇴근하자마자 같이 붙어있는 삶이 흔하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 밥도 해주고
아이 낳으면 같이 육아도 해줘야지
이게바로 부부교사 하는이유
야 지금이야 도망쳐
얼레리 꼴레리 너 부부교사 됐지
얼레리 꼴레리 또 몰래 뽀뽀하지
얼레리 꼴레리 손 잡고 여행가지
얼레리 꼴레리 저출산 해결하지

부부교사라 해
우리는 오늘 이후로 가족수당 챙겨
무슨 조화야 이게 내가 결혼해서 특별수당도 챙겨
아 한 가지 분명한 거 네가 없었다면 나는 아직 만년 솔로
저기 내 친구들이랑 매일 밤을 지새웠겠지 독한 술로
물론 가끔은 놀고 올게요
이런 것도 웃으며 넘어가는 와이프 최고
사실은 이런 말도 충분치 않아
말로 다하긴 어려워 보여줄게 에일리
Ah just two of us
그대여 걱정하던 일은 이제 지났어
Ah just two of us
그대여 우리 함께 이 길을 걸어요
얼레리 꼴레리 너 부부교사 됐지
얼레리 꼴레리 또 몰래 뽀뽀하지
얼레리 꼴레리 손 잡고 여행가지
얼레리 꼴레리 저출산 해결하지


정인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