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날 한시에 해고 통보를 받은 경기 용인시 기흥구 한 아파트의 경비원 9명이 ‘부당한 해고를 당했다’며 보름 넘게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18일 기흥구의 한 아파트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비 뿐 아니라 청소, 제설, 환경미화 등 열정을 다해 일해왔을 뿐인데 전원 해고를 당했다”면서 “사용하다 버려지는 쓰레기가 된 기분”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복직이 되는 날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해고 통보를 받은 경비원 9명은 65세부터 79세 사이의 연령대로, 한 달 차 경비원부터 이 아파트에서 11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말 경비용역업체로부터 등기우편을 받았다. 새해 1월 31일 자로 근로계약이 만료된다는 통보였다.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가 공개입찰을 통해 경비용역업체를 교체했는데, 기존에 근무하던 경비원 9명의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관리사무소 측은 기존 경비원들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탓이라는 입장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경비원들이 순찰 등 기본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입주자대표회의 회의를 통해 입찰에 응한 19개 업체 가운데 1곳을 새로운 경비용역업체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새로운 업체로 바뀌더라도 일부 고용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던 경비원들은 ‘전원 해고’ 통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 1일부터 매일 오전 7시30분에서 오후 6시까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집회를 열어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한 경비원은 “보통 업체가 바뀌더라도 30∼50% 정도 고용 승계가 된다”며 “한 두 명 정도 일 못하는 사람이 나가는 건 봤어도 경비원 모두를 한꺼번에 해고한 것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경비원 집단 해고에 일부 입주민들도 “우리 경비원을 돌려주세요”라는 현수막을 만드는가 하면 식사와 음료수 등을 제공하면서 경비원들의 집회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새 관리사무소장이 오면서 문제가 생겼다는 입장이다.
이에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연합뉴스에 “경비원들이 순찰 등 기본적인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새로운 용역업체를 선정한 것”이라며 “집회가 이어지면서 선의의 피해를 보는 입주민들이 많다. 제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조만간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난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