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영상 공유한 고3… 재판부 “한 번 더 기회를” 집행유예

입력 2021-02-18 16:42
국민일보 DB

텔레그램에서 n번방 영상을 공유한 20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재판부는 고3 수험생일 때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3부는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 배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20)씨에게 18일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00시간의 사회봉사,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이씨는 2019년 12월 ‘n번방 자료 섭외 대화방’을 만들어 입수한 10장의 사진과 링크를 자신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방에 공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배모(20)씨에게 텔레그램 방 운영권한을 넘겨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성착취 영상물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닉네임 ‘로리대장태범’으로 활동한 배씨는 지난해 1심에서 소년법상 법정최고형인 징역 장기 10년·단기 5년을 선고 받았다.

이씨 측은 항소심에서 “수시 실패로 자신감이 떨어진 상황에서 본인의 방에 많은 사람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뿌듯하고 위안을 느꼈다. 참가자들이 이씨를 치켜세우고 간곡히 자료를 요청하는 바람에 기대에 부응하고자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회성으로 음란물을 올리긴 했지만 뭔가 잘못했다는 생각에 이후 활동을 멈췄다. 단 한번을 제외하고는 n번방 자료를 요청하는 이들을 제지하거나 강제퇴장을 시키기도 했다”고 변호했다.

실형을 선고한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 측 변론을 받아들여 감형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범행 당시 고3 수험생이었고 대학 진학을 위해 노력하다가 수시 전형에 실패하자 불안감과 중압감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당시엔 우리 사회에서 지금 수준으로 범행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이번에 한해 피고인에게 건전한 사회 일원으로 성장할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정인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