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공시지가 시세반영률, 정부 발표의 절반도 안돼”

입력 2021-02-18 16:30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2021년 서울 표준지 아파트 공시지가 실태분석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공시가격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경실련은 기자회견에서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30.7%로 정부 발표치인 68.4%의 절반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발표하는 서울 표준지 공시지가의 시세반영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시민단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공시지가가 미처 반영하지 못할 정도로 땅값 상승이 가파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8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적으로 산출한 서울 내 표준지 아파트 85개 단지의 평균 토지시세가 평당 8328만원으로 실제 공시지가(평당 2554만원)의 시세반영률이 30.7%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이는 문재인정부 취임 초 39.3%보다 8.6% 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2021년 서울의 표준지 공시지가 현실화율이 68.4%로 2017년 62.6%보다 상승했다고 발표했으나, 실제 시세 반영률은 정부 발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경실련은 이처럼 공시지가 현실화율이 낮아지는 원인을 공시지가 상승이 따라잡지 못할 만큼 땅값 상승이 가파르게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봤다. 경실련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서울 내 85개 아파트 단지의 아파트값은 2017년 평당 2004만원(한 채당 6억8000만원)에서 2021년 3630만원(12억3000만원)으로 81%(5억5000만원) 상승했다.

게다가 아파트값 상승으로 인해 토지는 더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기준 85개 표준지 아파트 단지의 토지 가격은 2017년 평당 4200만원에서 2021년 8328만원으로 4128만원(98%)이 상승해 2017년 땅값의 2배가 됐다. 반면 공시지가는 2017년 1652만원에서 2021년 2554만원으로 총 902만원, 55% 상승하는 데 그쳤다.

특히 비강남 지역에서 땅값 상승이 더 가파르게 진행되며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 4년간 강남3구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은 2017년 43.9%에서 2021년 42.1%로 1.8% 포인트 하락한 반면, 비강남 지역에서는 2017년 37.5%에서 2021년 27.5%로 10.0% 포인트 하락했다.

경실련은 “정부가 지속적인 공시지가 현실화를 통해 2030년까지 90%를 달성하겠다고 했으나 이에 대해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과세기준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표준지가격 조사결정권을 광역단체장에게 이양하고, 법 개정을 통해 불공정 과세를 조장하는 공시가격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