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하려 혀 잘랐다 징역받았는데… 재심청구 기각

입력 2021-02-18 13:41 수정 2021-02-18 13:45
부산지법 청사. 부산지법 홈페이지 캡처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절단해 중상해죄로 징역형을 받았던 여성이 56년 만에 정당방위를 인정해 달라며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권기철)는 재심청구인 최모(75)씨의 재심청구 사건과 관련해 재심 이유가 없어 기각을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최씨는 18세였던 1964년 5월 6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노모(당시 21세)씨의 혀를 깨물었다. 성폭행에 저항하는 의도였지만, 그에겐 노씨의 혀를 1.5㎝ 자른 혐의로 중상해죄가 적용됐다.

최씨는 정당방위를 주장했으나 부산지법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전국의 여성·시민사회단체는 지난 5월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한 이후 법원에 재심 청구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재심은 성폭행을 시도한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가 가해자로 몰려 유죄를 선고받은 70대 여성이 56년 만에 정당방위를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며 청구한 것이다. 한국여성의전화 제공. 뉴시스

최씨는 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 도움으로 지난해 5월 정당방위 인정을 요구하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앞서 지난 9일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은 지난해 7월 부산 남구 황령산 산길에 주차된 차에서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절단되게 만든 여성에 대해 정당방위를 인정해 불기소 처분하기도 했다.

이에 최씨 사건의 재심 개최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재판은 열리지 못하게 됐다.

재판부는 기각 사유에 대해 “청구인이 제시한 증거들을 검토한 결과 무죄 등을 인정할 새로운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