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이 테니스 메이저대회 남자단식 최다 우승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나달은 17일 호주 멜버른의 멜버른 파크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총상금 8000만 호주달러·약 686억원) 10일째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6위·그리스)에 3대 2(3-6 2-6 7-6<7-4> 6-4 7-5)로 역전패 했다.
나달은 1, 2세트를 잡아내며 손쉽게 준결승에 진출하는 듯 했다. 8강전 전까지 4경기 연속 3대 0 승리를 거둬 흐름도 좋았다.
하지만 치치파스의 뒷심이 좋았다. 치치파스는 3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승리를 따내며 벼랑 끝에서 부활했고, 이어 4세트 4-4에선 처음으로 나달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해 5세트 경기를 만들었다.
5세트에선 나달이 5-5에서 계속해서 실책을 범한 끝에 브레이크를 허용했고, 치치파스가 자신의 서브게임을 따내면서 결국 4시간 5분의 대접전이 치치파스의 승리로 끝났다. 치치파스는 경기 뒤 승부의 추가 자신의 쪽으로 기운 3세트 타이브레이크 상황을 떠올리며 “3세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작은 새처럼 날았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이로써 나달은 메이저대회 남자 단식 사상 최다 우승(21회) 달성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나달은 로저 페더러(5위·스위스)와 함께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 타이 기록(20회)을 보유 중이라, 페더러가 부상 재활 여파로 불참한 이번 대회가 단독 1위로 나설 절호의 기회로 여겨졌다.
하지만 대회 직전 경미한 허리 통증을 느껴 호주와의 ATP컵 경기에 나서지 못하기도 하는 등 최고의 컨디션으로 호주오픈에 나서지 못한 게 불운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에 대해 경기 뒤 나달은 “나는 한 번도 나 자신을 불운한 사람이라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대회 전 입은) 부상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난 정말 운 좋은 사람이다. 우승 기회는 잃었지만 인생은 계속된다. 계속 기회를 만들 수 있게, 그리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게 준비할 것”이라고 ‘빅3’ 다운 답변을 내놨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