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도 만들 수 있는 곳’ 청계천 도심산업 이야기, 영화로 즐긴다

입력 2021-02-18 08:50 수정 2021-02-18 08:51

청계천과 을지로 등 세운상가 일대는 작지만 수십 년의 역사를 지닌 제조기업이 존재하고, 그곳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숙련자들이 밀집해 있어 독특한 제조업 생태계가 만들어진 서울 도심제조업의 핵심공간이다. 흔히 이 일대 공장을 가리켜 ‘탱크도 만들 수 있는 곳’이라고 하는 이유는 제조기업 절반 이상이 단 하나의 제품이나 공정에 특화된 전문기업으로 평균 31.4년간 한 분야에 근무하는 작지만 오래 한우물을 파온 전문성 때문이다. 한때 도심 제조업 퇴조로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최근 세운상가 재생사업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서울 중구는 청계천의 10년 기록을 통해 세운일대 도심산업 이야기를 담은 3편의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청계천 일대 제조업 현장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온·오프라인으로 선보여 청계천의 특화된 제작 문화 등 다양한 면모를 도심지역 예술가, 기술자, 주민과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자 중구문화재단에서 기획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청계천메들리(박경근, 2010) ▲청계천아틀라스:메이커시티(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2019) ▲시, 소(정동구, 2020) 총 3편의 작품을 무료 상영한다. ‘청계천메들리’는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경쟁부문) 후보작으로 한국 산업화를 대표하는 청계천을 이미지·사운드를 통해 감각적으로 드러낸 실험적 다큐멘터리다.

‘청계천아틀라스:메이커시티’는 제24회 서울인권영화제 삶의 공간 부문 후보작으로 도시재생과 관련한 여러 인터뷰를 통해 서울의 도시계획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존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시, 소’는 청계천 세운교 위에서 3명의 아티스트와 제작기술자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시민과 만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오는 19일부터 내달 7일까지 을지로예술센터에서 오프라인으로 선보이며 ‘시, 소’ 제작과정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도 함께 열릴 예정이다. 오는 24일까지 사전에 네이버로 예약하면 상영 링크 문자를 개별 발송해 온라인으로도 즐길 수 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청계천 일대는 새로운 산업과 30년 이상 일한 숙련 기술자의 협업, 다양한 기술의 공정 등 고유한 생산 지식이 집약되어 있어 그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심제조업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며 “이번 상영회를 통해 이 지역의 10년 기록을 공유하고 청계천 제조업 현장에 관심을 갖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