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준기(77) 전 동부(DB)그룹 회장이 18일 2심 선고를 받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김재영·송혜영·조중래)는 이날 오후 3시 김 전 회장의 피감독자 간음 및 강제추행 등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김 전 회장은 2016년부터 1년간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자신의 별장에서 가사도우미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7년 2월부터 7월까지 자신의 비서를 6개월간 상습적으로 추행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피해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김 전 회장의 범행을 거부할 경우 불이익이 염려돼 거부하기 어려운 지위에 있었고, 김 전 회장이 이같은 지위를 이용해 위력으로 간음한 것으로 보고 있다.
1심은 김 전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40시간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장애인 복지시설 각 5년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1심 때와 같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해자들을 상대로 상당 기간 범행을 지속하고 횟수도 수십회에 이른다”며 “그 기간 피해자들이 느꼈을 정신적 고통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고, 김 전 회장은 피해자들의 동의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아 진정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전 회장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을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전형적인 범죄행위로 보기보다 김 전 회장의 개인적 사정과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고 피해자들도 모두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깊이 헤아려 너그러이 도와달라”고 변론했다.
불구속 상태로 출석한 김 전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제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 2016년, 그리고 2017년 피해자들에게 크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지금 깊이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이제 80을 바라보는 78세 병든 노인이다. 제게 마지막으로 한번 기회를 주신다면 반도체 사업에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발휘해 국가에 공헌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7월 질병 치료 명목으로 미국으로 떠났다가 출국 이후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곧장 국내로 돌아오지 않아 약 2년 동안 수사가 진척되지 못했다.
사실상 도피행각을 벌이던 김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출국한 지 약 2년2개월 만이었다. 김 전 회장은 공항에서 바로 체포돼 조사받았고, 검찰은 김 전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