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공판에서 ‘제보자X’ 지모씨의 소재불명 여부가 다시 쟁점이 됐다. 이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장은 지씨가 잇달아 불출석하고 소재파악이 되지 않자 증인신문 없이 검찰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했다. 이 전 기자 측은 반대신문권이 침해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 재판장이 심리를 끝맺지 못한 채 전보되면서 지씨를 둘러싼 잡음은 다음 재판장이 해결할 과제가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17일 공판에서 증인신문에 끝내 불응한 지씨의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것에 대한 이 전 기자 측과 검찰 의견을 들었다. 앞서 박 부장판사는 형사소송법 314조를 근거로 지씨의 증인신문 없이 조서를 증거로 채택했다. 이는 증인이 소재불명, 사망 등 사유로 법정 진술할 수 없을 때 조서를 증거로 삼을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다.
검찰은 1995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재판장의 조서 채택을 옹호했다. 증인이 피고인의 보복을 두려워해 주거를 옮기고 소환에 불응한 사례였다. 대법원은 소재불명으로 볼 수 있다며 경찰 조서를 증거로 인정했다. 박 부장판사 역시 이 판례를 근거로 지씨를 소재불명으로 판단하고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변호인은 “지씨는 보복이 두렵기는커녕 이 전 기자 집 근처에서 ‘동재 나와라’라면서 SNS에 올리고, 재판을 우롱한다”며 “사안이 다르지 않느냐”고 반발했다.
법원은 수차례 지씨에게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법정 출석 노력에도 증인소환이 불가능했다는 사정은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이 전 기자 측은 검찰이 지씨가 연락할 때 쓰는 여러 전화번호에 다 연락을 취했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부장판사는 “검찰이 변호인 측 요구를 검토해서 의견을 달라”며 다음달 12일을 기일로 잡았다.
박 부장판사는 오는 22일자로 대전고법 판사로 이동한다. 이날은 그의 마지막 심리였다. 그에 따라 지씨의 소재불명 여부 판단은 다음 재판장의 몫이 됐다. 선고 전 재판부가 바뀌면 관련 언급을 하는 게 통상적이지만, 박 부장판사는 신변의 변화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재판을 마쳤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