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대해 중국이 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미얀마에 반중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은 중국 제품 불매운동에도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얀마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역내 동맹국(미얀마)과 관련해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면서 미얀마 시위대가 중국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SNS에서 항공기 운항이 제한된 미얀마 영공을 통해 중국 쿤밍에서 출발한 화물기가 양곤에 도착하자 이 항공편을 통해 중국 군 병력이 이동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양곤 소재 중국 상공회의소는 “허위 사실”이라면서 “정상적인 수출입 경로를 통해 해산물 등을 실어나른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시위대의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미얀마 주재 중국 대사관 앞에서는 연일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SNS에서는 중국산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천하이 주미얀마 중국대사는 이날 중국대사관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대해 중국은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서 “현재 정치 상황은 중국이 바라는 바가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그간 미얀마 사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 2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도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성명 초안에 대해 “본국에 보내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홍콩대 엔제 한 정치학 부교수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정권을 잡은 이래 미얀마와 중국의 관계는 여러 면에서 안정적이었다”면서 “때문에 중국이 국제사회의 제제 등을 불러올 군부의 복귀를 원할만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가택연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자연재해관리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되면서 반군부 시위는 격화되는 모양새다. 17일 수도 네피도를 비롯해 양곤 등에서 아웅산 수치 고문의 석방을 요구하며 수만명이 거리로 나왔다고 미얀마 나우 등 현지언론과 외신들은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