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규(58) 전 한국체육대학교 교수가 골육종 진단 이후 사망한 쇼트트랙 선수 고(故) 노진규씨에게 과도한 훈련을 강요하는 등 올림픽 성적을 위해 건강 보호 조치를 소홀히 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17일 노씨 유족이 제기한 진정을 각하하는 대신 이런 판단을 바탕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대한체육회장,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한국체대 총장에게 “전문 운동선수의 부상 예방·재활·복귀를 지원하는 전문기관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앞서 노씨 유족은 “전 전 교수 등이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았던 고인의 부상 정도나 대회 출전 가능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고 출전을 강요했다”며 “이로 인해 고인은 적절하고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했고 궁극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취지의 진정을 접수했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진정의 원인이 된 사실들이 2013년~2014년 사이 발생해 대체로 공소시효 및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시효가 지난 경우에 해당한다”며 진정을 각하했다. 다만 각하 여부를 떠나 “부상 당한 피해자가 과도한 훈련과 무리한 대회 출전을 지속한 사실이 있다”면서 “이 같은 배경에 피진정인들의 영향력 등이 있었다는 정황이 상당한 만큼,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볼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노씨의 일기와 휴대전화 문자 기록 등을 검토했다며 “피해자가 소치 올림픽 개인전 출전권이 걸린 2013∼14 제3차 및 제4차 월드컵과 제26회 동계 유니버시아드에 출전한 것은 피해자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코치진에 대해서도 “부상이 심각한 피해자의 안전과 건강, 장기적 경력 관리보다는 목전에 닥친 우리나라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개인전 출전권 획득이나 우수한 성적 등과 같이 종목단체나 지도자의 이해를 우선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간판선수로 활약하던 노씨는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골육종 진단을 받아 2016년 24세의 젊은 나이로 숨졌다. 그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노선영(32)씨의 동생이기도 하다.
노씨는 2013년 9월 월드컵 시리즈 1차 대회를 마친 뒤 조직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어깨 부위에 종양이 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통증을 참으며 소치 올림픽 이후로 수술을 미뤘다가 2014년 1월 훈련 도중 팔꿈치 골절을 입어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이후 팔꿈치 수술과 함께 어깨를 치료하면서 종양까지 제거하려 했으나, 애초 알고 있던 것과 달리 악성 종양인 골육종 판정을 받았다. 이에 왼쪽 견갑골을 들어내는 큰 수술을 받고 항암 치료를 이어갔다.
진 전 교수가 노씨를 혹사시켰다는 의혹은 2018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제기됐다. 당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친은 ‘아들의 어깨 부위에 종양이 발견됐지만 전 전 교수가 올림픽이 달려있다며 수술을 막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전 전 교수 등은 “피해자가 올림픽 출전을 위해 여러 대회에 참가한 것은 외부 병원의 진단 결과를 검토해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