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료기관 전문의의 대면진단 없이 환자에게 ‘필요시 강박(PRN)’을 실시한 정신병원의 조치를 두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환자의 신체를 묶는 등 강박 처방이 의료진의 안전을 위한 예방적 조치일지라도 환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다고 판단했다.
17일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은 지난해 9월 코로나19 감염증 검사와 입원과정에서 공격 성향 등을 보여 약 사흘간 격리됐다. 진정인은 이 과정에서 48시간동안 지속적으로 강박돼 있는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진정인은 총 23시간 50분 동안 지속적으로 강박됐다. 그 중 가장 길게는 14시간 동안 강박된 것으로 밝혀졌다.
진정인이 입원 중인 A정신의료기관 측은 “진정인의 난폭한 행동으로 직원 폭행 위험이 예상됐고 강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A병원 측이 보건복지부의 관련 지침을 준수하지 않고, ‘필요 시 강박’ 처방을 관행화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정신건강사업안내 주요 개정사항’ 내 ‘격리 및 강박지침’에 따르면 격리·강박의 1회 처방 최대 허용시간은 성인기준 격리 12시간, 강박 4시간 이하이다.
지침은 연속 최대 허용시간을 초과해야 할 경우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대면평가를 거쳐 추가로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인권위는 A병원 측이 진정인에 대한 3차 강박을 14시간 동안 지속할 당시 당직의가 있었음에도 대면평가를 실시하지 않는 등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필요하면 강박하라’는 주치의 처방이 의료기록에 있으면 격리 및 강박실행일지에도 기계적으로 ‘주치의 지시하에’라고 기록한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인권위는 “처방에 의해 진정인을 과도하게 강박한 행위는 헌법 제12조에 의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필요시 강박’을 지시하는 관행을 개선하고 재발방지 대책 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