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지만원 손배소송서 사실상 패소

입력 2021-02-17 15:51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자신을 ‘주사파’ ‘빨갱이’로 표현한 보수 논객 지만원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김병철)는 17일 임 전 실장이 지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지씨 등이 공동으로 임 전 실장에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송비용은 임 전 실장이 90%를, 나머지는 지씨 등이 부담하도록 했다.

앞서 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임 전 실장을 ‘주사파의 골수요 대부’ ‘지독한 빨갱이’ 등으로 표현했다. 임 전 실장은 이 표현으로 인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2019년 지씨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임 전 실장은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인정한 손해배상액은 200만원에 그쳤다. 배상액이 적게 인정된 데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대법원 판례 영향이 컸다. 재판부는 이날 “정치적, 이념적 논쟁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수사학적 과장이나 비유적 표현에까지 법적 책임을 무는 건 지나치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대법원 합의체 판결에 근간해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2018년 10월 “표현의 자유의 ‘숨 쉴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부부가 자신들을 ‘종북’ ‘주사파’라고 표현한 보수 논객 변희재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변씨 발언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부적절하거나 부당한 표현에 대해서는 도의적 책임이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도 있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도의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사안에 무조건 법적 책임을 부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소송 결과는 지씨의 형사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지씨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2019년 10월 열린 8차 공판에서 “민사소송 결과를 한번 보자”고 언급했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